[단독] 지휘자 장한나의 꿈, 카타르에서 영글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12.10 01:49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되는 장한나 인터뷰
지휘 두 차례 만에 전격 발탁 "카타르 왕실이 나서서 투자… 단원 연봉, 뉴욕 필 수준이죠"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계 30개국에서 모여든 단원 101명의 평균 나이가 35세예요. 젊은 다국적군이죠.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끌렸어요."

카타르 국립 교향악단인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영입된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씨. 카타르 현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앞둔 장씨를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9일 전화 인터뷰했다. 장씨는 "카타르는 중동에서 가장 개방적인 국가인 데다 세계적 박물관과 대학 유치에 이어서 '교향악단을 문화 대사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내년 9월 카타르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으로 취임하는 지휘자 장한나씨. 그녀는 매년 100여일을 카타르에 머물며 15회 이상 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막강한 부를 바탕으로 미술 시장에서 가장 큰 '바이어 국가'로 군림하고 있는 카타르가 이젠 '클래식'에서도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것.

그의 말처럼, 카타르의 셰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 왕비가 2007년 이 악단을 창단하며 투자한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5년 전 단원 선발을 위해 유럽 10개 도시에서 현지 오디션을 실시했다. 루마니아인 악장(바이올린)을 비롯해 독일(21명)과 헝가리(15명), 오스트리아·불가리아(각 5명), 우크라이나(3명) 등 유럽 출신 단원을 대거 영입했다. 이에 비해 중동 출신 단원은 이집트 8명을 포함해 19명이 전부. 카타르라는 꼬리표만 뗀다면, 세계 여느 교향악단 못지않은 '다국적 오케스트라'인 셈이다. 장씨는 "단원 평균 연봉도 뉴욕 필하모닉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상급 악단의 초봉은 10만~13만달러(1억~1억4000여만원).

2010년 10월에는 악단의 상주 공연장인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했고, 독일 명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전임 행정 감독을 악단 대표로 영입했다. 관객의 60%가량도 현지 체류하는 외국인.

장한나는 "음악 감독을 맡는 과정도 전격적이었다"고 했다. 지난 6월 장한나는 카타르 도하에서 2주간 머물며 이 악단을 처음 지휘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과 스트라빈스키·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 작품을 중심으로 2차례 열린 당시 음악회 직후, 단원 투표를 거쳐 악단이 음악 감독직을 공식 제안해 온 것. 장한나는 "세계적 수준의 단원과 스태프를 갖춘 데다, 재정적 한계도 사실상 없기 때문에 지휘자라면 누구나 꿈꾸던 악단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고 했다. 음악 감독의 임기는 2년으로 정식 취임은 내년 9월. 장씨는 매년 100여일을 카타르에서 머물면서 15회 이상 음악회를 지휘하게 된다. '지휘자' 장한나의 꿈이 카타르 도하에서 영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