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08 03:04 | 수정 : 2012.12.08 12:46
자선 콘서트 위해 귀국한 피아니스트 이수미씨
IMF 여파로 아버지 사업 부도… 중1 때 피아노 꿈 포기 못해
달랑 38만원 들고 독일 유학길… 고학생활 5년만에 콩쿠르 우승
"어렵게 사는 게 손해는 아냐… 깊은 감정 연주로 배어 나와"
IMF 외환위기가 났을 때, 대구에서 건축자재상 하던 40대 남자가 부도를 냈다. 온 집안에 차압 딱지가 붙었다. 남자는 친척 짐차를 빌려 부인과 둘이 노점상을 시작했다. 와중에 큰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다른 집 학부모들은 잘 차려입고 졸업식을 지켜봤다. 부부는 딸이 다니는 학교 앞에 좌판을 펴고 꽃다발을 팔았다. 그때 큰딸이 자기 반 아이들을 우르르 몰고 왔다. "우리 부모님이야. 인사해. 너희들, 꽃 사려거든 꼭 우리 아빠한테서 사라." 돌아오는 짐차 속에서 남자는 울었다. 노점상 하는 부모를 당당하게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딸이 고마웠다.
그날 아버지를 울린 딸이 독일에 유학해 유명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올겨울 한국 무대에 선다. 수익금 전액을 차상위계층을 위해 기부하는 자선 콘서트다. 6일 서울 영등포구 연습실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이수미(26·독일 데트몰트음대 박사과정)씨는 "돈 많이 버는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희망을 주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며 "음악을 전공하는 중고생 중에서 나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무료로 콘서트에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1 때 학교를 자퇴하고 독일 유학을 떠났다. 독일 문화단체 관계자가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이씨 연주를 듣고 "독일은 학비가 무료라 체류비만 있으면 된다. 유명한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권한 덕분이었다.
당시 이씨는 부모가 쥐여준 38만원을 들고 혼자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부모가 부쳐주는 돈은 월 20만~30만원. 못 부치는 달도 있었다. 다른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때, 이씨는 독일어 과외·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카페에서 서빙도 했다. 그러면서 하루 5시간 넘게 손가락 끝에 피멍이 들도록 피아노를 쳤다. 이씨는 유학 5년 만에 독일연방청소년콩쿠르에서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피아노 부문 1등을 했다. 이어 독일 데트몰트음대에 진학했다. 앞으로 1년 뒤면 박사과정을 마친다.
그날 아버지를 울린 딸이 독일에 유학해 유명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올겨울 한국 무대에 선다. 수익금 전액을 차상위계층을 위해 기부하는 자선 콘서트다. 6일 서울 영등포구 연습실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이수미(26·독일 데트몰트음대 박사과정)씨는 "돈 많이 버는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희망을 주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며 "음악을 전공하는 중고생 중에서 나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무료로 콘서트에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1 때 학교를 자퇴하고 독일 유학을 떠났다. 독일 문화단체 관계자가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이씨 연주를 듣고 "독일은 학비가 무료라 체류비만 있으면 된다. 유명한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권한 덕분이었다.
당시 이씨는 부모가 쥐여준 38만원을 들고 혼자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부모가 부쳐주는 돈은 월 20만~30만원. 못 부치는 달도 있었다. 다른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때, 이씨는 독일어 과외·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카페에서 서빙도 했다. 그러면서 하루 5시간 넘게 손가락 끝에 피멍이 들도록 피아노를 쳤다. 이씨는 유학 5년 만에 독일연방청소년콩쿠르에서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피아노 부문 1등을 했다. 이어 독일 데트몰트음대에 진학했다. 앞으로 1년 뒤면 박사과정을 마친다.

이날 이씨는 자선 콘서트를 하려고 독일에서 귀국했다. "남들 도울 게 아니라, 부지런히 돈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씨는 씩 웃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돼 전 세계를 도는 게 꿈이지만, 돈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에요. 음악도 중에는 집안이 넉넉한 사람이 많아요. 저도 처음엔 저만 어렵게 공부하는 줄 알았어요. 차차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10대 중고생들이 '우리 집도 어렵다'고 편지를 보내왔어요."
이씨는 "그런 후배들에게 '어렵게 사는 게 꼭 손해가 아니더라'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테크닉은 눈으로 보여요. 손가락을 빠르고 화려하게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눈 감고 들으면 달라요. 고통 없이 자란 친구들은 테크닉이 화려해도 소리가 차가워요. 고생했기 때문에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어머니 하영숙씨는 "딸이 독일로 유학 간다 했을 때 제가 지닌 돈이라곤 달랑 13만4000원이 전부였다"고 했다. "막막했지요.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이 소문 듣고 하나둘씩 도와주러 왔어요. 100원짜리 500원짜리 동전이 꽉 찬 돼지저금통을 쥐여준 분도 있고, '독일은 춥다'며 속옷을 사오신 분도 있고…. 그분들 얼굴 떠올리면, 아이고, 우리 딸 앞으로도 자선 콘서트 많이 해야지요."
콘서트는 11일 오후 4시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12일 오후 3시 신세계본점 문화홀, 13일 오후 7시 30분 과천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문의 (070)7683-3021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돼 전 세계를 도는 게 꿈이지만, 돈 많이 벌고 싶어서가 아니에요. 음악도 중에는 집안이 넉넉한 사람이 많아요. 저도 처음엔 저만 어렵게 공부하는 줄 알았어요. 차차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10대 중고생들이 '우리 집도 어렵다'고 편지를 보내왔어요."
이씨는 "그런 후배들에게 '어렵게 사는 게 꼭 손해가 아니더라'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테크닉은 눈으로 보여요. 손가락을 빠르고 화려하게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눈 감고 들으면 달라요. 고통 없이 자란 친구들은 테크닉이 화려해도 소리가 차가워요. 고생했기 때문에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어머니 하영숙씨는 "딸이 독일로 유학 간다 했을 때 제가 지닌 돈이라곤 달랑 13만4000원이 전부였다"고 했다. "막막했지요.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이 소문 듣고 하나둘씩 도와주러 왔어요. 100원짜리 500원짜리 동전이 꽉 찬 돼지저금통을 쥐여준 분도 있고, '독일은 춥다'며 속옷을 사오신 분도 있고…. 그분들 얼굴 떠올리면, 아이고, 우리 딸 앞으로도 자선 콘서트 많이 해야지요."
콘서트는 11일 오후 4시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12일 오후 3시 신세계본점 문화홀, 13일 오후 7시 30분 과천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문의 (070)7683-3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