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08 03:03 | 수정 : 2012.12.08 10:45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앙코르 공연 주연 맡은 엄기준]
저도 연기 못해 매일 혼났죠… '캐치 미'서 생긴 다섯 동생들, 저 따라하지 말라고 했어요
내년 다시 몬테 크리스토 출연, 마흔쯤 돈키호테 해보고 싶어
첫 영화 촬영장, 그는 대선배 이호재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는 양변기 뚜껑을 집어들어 선배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입고 있던 연노랑 코트에 선혈이 튀자 짜증 난 말투로 대사를 씹어뱉었다. "아이씨, 새로 산 코튼데." 영화 '파괴된 사나이'(2010)에서 사이코 살인범으로 나온 배우 엄기준(37)은 화면 속으로 뛰어들어 면상을 후려치고 싶게 만드는 악한을 소름끼치게 보여줬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유령'에서도 복수에 눈 먼 살인범이었다.
"제가 눈이 찢어져서 그런가 봐요." 지난 4일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엄기준은 "악역을 잘 소화한다"는 말에 웃으면서 답했다. 오는 14일 개막하는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연습에 한창인 그는 "'유령'처럼 악역이건, '캐치 미'처럼 10대 역이건 살면서 안 해본 걸 해보는 게 연기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연기는 노력… 10년은 돌아보지 말자는 각오로 버텼다"
엄기준은 무대의 병풍이나 배경이 되는 앙상블에서 한몸에 빛을 받는 스타로 도약했다. 드문 성공이다. 데뷔작인 연극 '리처드 3세'(1995)에서 대사는 세 마디였다. 5년 만에 맡은 첫 주연작 '오! 해피데이' 때는 '연기 못 한다'고 날마다 혼났다고 한다. "공연 기간 3개월15일 내내 지적받았어요. 깨질 때마다 내용을 전부 노트에 받아적어 공부했어요. 그 장면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를 분석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연기는 노력의 결과더라고요."
"제가 눈이 찢어져서 그런가 봐요." 지난 4일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엄기준은 "악역을 잘 소화한다"는 말에 웃으면서 답했다. 오는 14일 개막하는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연습에 한창인 그는 "'유령'처럼 악역이건, '캐치 미'처럼 10대 역이건 살면서 안 해본 걸 해보는 게 연기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연기는 노력… 10년은 돌아보지 말자는 각오로 버텼다"
엄기준은 무대의 병풍이나 배경이 되는 앙상블에서 한몸에 빛을 받는 스타로 도약했다. 드문 성공이다. 데뷔작인 연극 '리처드 3세'(1995)에서 대사는 세 마디였다. 5년 만에 맡은 첫 주연작 '오! 해피데이' 때는 '연기 못 한다'고 날마다 혼났다고 한다. "공연 기간 3개월15일 내내 지적받았어요. 깨질 때마다 내용을 전부 노트에 받아적어 공부했어요. 그 장면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를 분석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연기는 노력의 결과더라고요."

날개를 달아준 작품은 '사랑은 비를 타고'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어머니가 '사랑은…'을 보고 저와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어요. 약간 삐딱하고, 속마음을 돌려서 표현하는 게 닮았다고요." 엄기준이 보여준 순수한 베르테르는 지금도 최고의 베르테르로 회자된다. '베르테르'와 연극 '미친 키스'에서 엄기준과 작업한 연출가 조광화씨는 "엄기준은 요즘에 봐도 그때의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제 스타니까'라고 안주하지 않는, 믿을 수 있는 배우"라고 했다.
드라마, 시트콤, 뮤직비디오, CF, 최근에는 명품화장품 모델까지 그는 앞만 보고 달렸다. "스무살 때 연출가 이인철 선생님께서 '10년만 버티라'고 했어요. 서른 돼서 정신 차려보면 괜찮은 배우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무조건 버텼어요. 낙담하거나 절망할 틈도 없었어요."
◇프랭크 역 동생이 다섯… "형 따라 하지 마"
드라마로 더 많이 알려졌으나 "그래도 뮤지컬이 전부"라고 했다. "아무리 공연을 많이 해도 첫 공연 때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요. 그래서 좋아요. 긴장하게 해서요."
'캐치 미'의 프랭크 역은 엄기준을 포함해 박광현, 규현(슈퍼주니어), 키(샤이니), 손동운(비스트), 김동준(제국의 아이들) 등 6명이 번갈아 한다. 그가 '동생' 5명에게 주는 조언은 '나를 따라하지 마라. 너희들의 색깔을 살리라'는 것이다.
드라마, 시트콤, 뮤직비디오, CF, 최근에는 명품화장품 모델까지 그는 앞만 보고 달렸다. "스무살 때 연출가 이인철 선생님께서 '10년만 버티라'고 했어요. 서른 돼서 정신 차려보면 괜찮은 배우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무조건 버텼어요. 낙담하거나 절망할 틈도 없었어요."
◇프랭크 역 동생이 다섯… "형 따라 하지 마"
드라마로 더 많이 알려졌으나 "그래도 뮤지컬이 전부"라고 했다. "아무리 공연을 많이 해도 첫 공연 때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요. 그래서 좋아요. 긴장하게 해서요."
'캐치 미'의 프랭크 역은 엄기준을 포함해 박광현, 규현(슈퍼주니어), 키(샤이니), 손동운(비스트), 김동준(제국의 아이들) 등 6명이 번갈아 한다. 그가 '동생' 5명에게 주는 조언은 '나를 따라하지 마라. 너희들의 색깔을 살리라'는 것이다.

주연 6명에 맞춰 6배로 연습해야 하니 앙상블은 아무래도 힘들다. 엄기준은 피부과와 한의원에서 앙상블들이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협찬'을 얻어왔다. 함께 공연하는 박광현, 규현, 써니(소녀시대)에게 "100만원씩 내자"고 제안해 400만원을 모아 모든 스태프가 입을 단체 패딩점퍼도 맞춰줬다.
내년에는 뮤지컬 '삼총사'의 달타냥으로, '몬테 크리스토'에서 에드몬드 단테스로 다시 출연할 예정. "작품에서 20년이 흐르는데 지난번에 그 세월을 잘 못 살렸어요. 이번에는 미진하지 않게 잘 해보겠습니다."
마흔에는 돈키호테 이야기인 '맨 오브 라만차'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노인의 사랑이 어떤 느낌인지 겪어보고 싶어서요. 조연을 하더라도 안 해본 걸 하면서 평생 배우로 살고 싶어요."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14일~2013년 2월 9일, 성남아트센터, (02)764-7857~9
내년에는 뮤지컬 '삼총사'의 달타냥으로, '몬테 크리스토'에서 에드몬드 단테스로 다시 출연할 예정. "작품에서 20년이 흐르는데 지난번에 그 세월을 잘 못 살렸어요. 이번에는 미진하지 않게 잘 해보겠습니다."
마흔에는 돈키호테 이야기인 '맨 오브 라만차'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노인의 사랑이 어떤 느낌인지 겪어보고 싶어서요. 조연을 하더라도 안 해본 걸 하면서 평생 배우로 살고 싶어요."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14일~2013년 2월 9일, 성남아트센터, (02)764-78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