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04 23:15
[박정자 데뷔 50주년 기념극 '19 그리고 80']
19세 청년과 80세 여인의 사랑
남자 주연 찾는 게 항상 관건, 이번엔 '조의진'이란 인연 만나
주인공 '모드'는 무공해 할머니… 모드처럼 순수하게 늙었으면
"어휴, 이번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배우 박정자(70)씨는 "애인 찾느라고 진땀을 뺐다"고 했다. 그것도 5번째 '애인'을. 드디어 찾아낸 그와 열애 중인 장면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알려줬다. 지난 3일 찾아간 현장에는 박씨(의 얼굴)를 모델로 한 누드화가 놓여 있었고, 박씨는 문제의 애인에게 '작업'을 거는 참이었다. "혹시 떨어진 땅콩 봤수?" 80세 할머니 모드로 변신한 박씨와 19세 해롤드로 발탁된 '애인' 조의진(29)이었다.
1962년 연극 '페드라'의 시녀 역으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50년을 맞은 박씨가 기념작으로 연극 '19 그리고 80'(작 콜린 히긴스·연출 강영걸)을 다시 올린다. 2003년 초연 이후 5번째로, 뮤지컬로 올렸던 2006년 이후 6년 만이다.
1962년 연극 '페드라'의 시녀 역으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50년을 맞은 박씨가 기념작으로 연극 '19 그리고 80'(작 콜린 히긴스·연출 강영걸)을 다시 올린다. 2003년 초연 이후 5번째로, 뮤지컬로 올렸던 2006년 이후 6년 만이다.

'마성(魔聲)의 카리스마'로 불릴 정도로 중성적인 목소리와 압도적인 힘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그가 "연기 인생 종착역까지 함께 가겠다" 공언한 작품은 셰익스피어 비극도 그리스 고전도 아닌, 외로운 두 사람의 이야기. 살아보기도 전에 삶이 지겨워진 19세 청년과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해둔 80세 여성의 특별한 만남을 담은 작품에 박씨는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란 별칭까지 붙이고, 초연 때 쓴 인형·담뱃대·찻주전자·해바라기 등 여섯 상자 분량의 소품도 그대로 보관해뒀다.
"50년 해보니 연기란 익으면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덜면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더라"는 박씨는 "가난하게, 소박하게 공연하고 싶다"며 88석 삼일로 창고극장을 공연장으로 택했다. "반백년간 사랑받았으니, 이번엔 제가 돌려 드려야죠. 관객께 선물로 드리기 딱 좋은, 따뜻한 작품이에요."
공연 때마다 고통은 해롤드를 찾는 것이었다. 때 묻지 않은 신선함과 열정, 의지, 거기에 외모까지 갖춘 배우가 필요했다. 역대 해롤드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 이종혁(2003), 배우 김영민(2004), 88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 윤태웅(2005), 배우 이신성(2006)이었다. '5대 해롤드'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박씨 앞에 인연이 나타난 것은 9월 말.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에 연극을 보러 갔던 박씨의 눈에 마당에서 연습 중이던 한 청년이 들어왔다. 올해 초 연세대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립극단 배우 양성 프로그램인 '차세대 연극 스튜디오' 훈련 중이던 조의진이었다.
"50년 해보니 연기란 익으면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덜면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더라"는 박씨는 "가난하게, 소박하게 공연하고 싶다"며 88석 삼일로 창고극장을 공연장으로 택했다. "반백년간 사랑받았으니, 이번엔 제가 돌려 드려야죠. 관객께 선물로 드리기 딱 좋은, 따뜻한 작품이에요."
공연 때마다 고통은 해롤드를 찾는 것이었다. 때 묻지 않은 신선함과 열정, 의지, 거기에 외모까지 갖춘 배우가 필요했다. 역대 해롤드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 이종혁(2003), 배우 김영민(2004), 88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 윤태웅(2005), 배우 이신성(2006)이었다. '5대 해롤드'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박씨 앞에 인연이 나타난 것은 9월 말.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에 연극을 보러 갔던 박씨의 눈에 마당에서 연습 중이던 한 청년이 들어왔다. 올해 초 연세대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립극단 배우 양성 프로그램인 '차세대 연극 스튜디오' 훈련 중이던 조의진이었다.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습실에서 엿본 두 사람의 궁합은 달짝지근했다. 러브신도 있다. 세상 어떤 연인보다 절실한 키스 장면이 나온다. 그 키스는 열아홉에게는 첫 키스, 여든에게는 마지막 키스가 된다.
조의진에게 "여든 여성과의 사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당연하다" 했다. "아름다움은 사람의 안에서 나오는 거고, 모드는 내면에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여잘 만난 해롤드는 참 행복한 거죠."
연극 마지막, "사랑한다"며 반지를 들고 청혼하는 해롤드에게 모드는 "아름다운 파티였어. 모든 것에 감사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박씨는 "무소유이며 무공해인 모드는 나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요즘은 엄마와 여자들이 리드하는 세상 아닌가요? 모드 같은 할머니가 세상에 넘쳐났으면 좋겠어요."
▷연극 '19 그리고 80', 14일~2013년 2월 3일까지, 삼일로 창고극장, (02)319-8020~1
조의진에게 "여든 여성과의 사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당연하다" 했다. "아름다움은 사람의 안에서 나오는 거고, 모드는 내면에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여잘 만난 해롤드는 참 행복한 거죠."
연극 마지막, "사랑한다"며 반지를 들고 청혼하는 해롤드에게 모드는 "아름다운 파티였어. 모든 것에 감사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박씨는 "무소유이며 무공해인 모드는 나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요즘은 엄마와 여자들이 리드하는 세상 아닌가요? 모드 같은 할머니가 세상에 넘쳐났으면 좋겠어요."
▷연극 '19 그리고 80', 14일~2013년 2월 3일까지, 삼일로 창고극장, (02)319-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