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03 23:34
[남경민·서상익·이동기·정수진·홍경택… 그림에만 올인한 작가 5인 '회화의 예술'展]
설치 작품 강세인 시대… '회화란 무엇인가' 고민
물감은 그대로 살아있고, 붓대는 여전히 꼿꼿하다.
30일까지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회화의 예술(The Art of Painting)'전을 한 줄로 정의하면 이렇다. 그림을 걸기보다는 설치 작품을 바닥에 놓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 그런데도, 누군가는 계속 그린다. '회화의 건재함'을 전시한 기획자 이진숙 미술평론가는 말한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평면에 이미지를 그리려는 욕구는 본능처럼 작동한다." 이씨는 남경민(43), 서상익(35), 이동기(45), 정수진(43), 홍경택(44) (가나다순) 등 '외도' 없이 그림에만 몰두해 온 30~40대 '화가(畵家)' 다섯 명의 작품 50여점으로 이번 전시를 꾸몄다.
◇사진보다 더 정확한 그들의 손맛
사실적인 묘사에 능해 구상화를 잘 그리는 '전통적 화가'의 선두에 홍경택이 있다. 현란한 색채로 연필·볼펜 무더기를 그린 '펜들(pens)'은 2007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7000만원)의 열 배를 넘는 7억8000만원에 팔렸다. '연필 화가'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번에는 화풍이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새 주제는 인간의 손.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을 찌르거나, 손바닥에 자그마한 해골을 얹어 내밀거나, 양 손바닥으로 죽은 새를 감싸쥐는 등 손의 다양한 동작을 '모놀로그' 유화 시리즈로 그려냈다."인간이 손으로 짓는 선(善)과 악(惡), 그와 함께 인간을 쥐고 흔드는 거대한 신(神)의 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 '손맛'이 사라진 시대, 손의 가치에 대한 웅변으로도 보인다. "나는 사람 손을 통하는 예술이 좋다. 그리고 냄새 나는 물감이 좋다." 작가가 20년 넘게 '그림'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이유다.
30일까지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회화의 예술(The Art of Painting)'전을 한 줄로 정의하면 이렇다. 그림을 걸기보다는 설치 작품을 바닥에 놓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 그런데도, 누군가는 계속 그린다. '회화의 건재함'을 전시한 기획자 이진숙 미술평론가는 말한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평면에 이미지를 그리려는 욕구는 본능처럼 작동한다." 이씨는 남경민(43), 서상익(35), 이동기(45), 정수진(43), 홍경택(44) (가나다순) 등 '외도' 없이 그림에만 몰두해 온 30~40대 '화가(畵家)' 다섯 명의 작품 50여점으로 이번 전시를 꾸몄다.
◇사진보다 더 정확한 그들의 손맛
사실적인 묘사에 능해 구상화를 잘 그리는 '전통적 화가'의 선두에 홍경택이 있다. 현란한 색채로 연필·볼펜 무더기를 그린 '펜들(pens)'은 2007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7000만원)의 열 배를 넘는 7억8000만원에 팔렸다. '연필 화가'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번에는 화풍이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새 주제는 인간의 손.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을 찌르거나, 손바닥에 자그마한 해골을 얹어 내밀거나, 양 손바닥으로 죽은 새를 감싸쥐는 등 손의 다양한 동작을 '모놀로그' 유화 시리즈로 그려냈다."인간이 손으로 짓는 선(善)과 악(惡), 그와 함께 인간을 쥐고 흔드는 거대한 신(神)의 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 '손맛'이 사라진 시대, 손의 가치에 대한 웅변으로도 보인다. "나는 사람 손을 통하는 예술이 좋다. 그리고 냄새 나는 물감이 좋다." 작가가 20년 넘게 '그림'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이유다.

출품작가 중 막내인 서상익 역시 사실주의적 구상화 계열의 작가. 그는 아예 '화가'와 '미술관'을 작업 주제로 삼았다. 현대 회화의 대표적 거장(巨匠) 게르하르트 리히터 전시 관람객, 혹은 피카소·로이 리히텐슈타인·에드워드 호퍼 등 자신이 존경하는 화가들이 그들 작품과 함께한 모습을 사진처럼 정밀하게 그렸다.
많은 친구가 미디어아트를 택했던 대학 시절, 꿋꿋하게 회화를 고집해 온 그는 "정확하지 않음, 딱 떨어지지 않음, 균열과 불균형 같은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디지털 시대, 회화의 생존 비법"이라고 말한다.
◇은근히 회화를 찬양하다
홍경택과 서상익이 회화의 존재 가치를 '정면 돌파'식으로 웅변한다면, 남경민·이동기·정수진은 '은유'와 추상의 힘을 빌려 은근히 회화를 찬양한다. 남경민은 '화가의 아틀리에'라는 테마로 바로크~인상주의 시대 대가에게 바치는 자신의 내면 풍경을 그려온 작가. 그는 활짝 열린 발코니 문밖으로 모네 그림 화면이 풍경처럼 펼쳐지고, 빵 대신 물감을, 식탁용 나이프 대신 물감 나이프를 놓아 화가를 위한 성찬(盛饌)을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화사한 색채로 그려냈다. 작품 제목은 '모네의 식탁'. "그림은 선 하나조차 마음을 가다듬고 내적인 대화를 하면서 그어야 한다.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 더 압도적으로 존중받는 시대가 곧 온다." 작가의 얘기다.
미키마우스와 아톰을 합친 캐릭터 '아토마우스'의 작가 이동기가 리히터에게 감명을 받아 시도한 추상화, '형상은 색채와 형태의 작용'이라는 나름의 시각 이론을 세우고 이론을 회화로 구체화한 정수진의 작품을 만나는 재미도 신선하다. 전시회 기념도록엔 기획자와 작가들이 '회화란 무엇인가'를 놓고 나눈 진지한 대화록도 실렸다. '그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02)720-1524~6
많은 친구가 미디어아트를 택했던 대학 시절, 꿋꿋하게 회화를 고집해 온 그는 "정확하지 않음, 딱 떨어지지 않음, 균열과 불균형 같은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디지털 시대, 회화의 생존 비법"이라고 말한다.
◇은근히 회화를 찬양하다
홍경택과 서상익이 회화의 존재 가치를 '정면 돌파'식으로 웅변한다면, 남경민·이동기·정수진은 '은유'와 추상의 힘을 빌려 은근히 회화를 찬양한다. 남경민은 '화가의 아틀리에'라는 테마로 바로크~인상주의 시대 대가에게 바치는 자신의 내면 풍경을 그려온 작가. 그는 활짝 열린 발코니 문밖으로 모네 그림 화면이 풍경처럼 펼쳐지고, 빵 대신 물감을, 식탁용 나이프 대신 물감 나이프를 놓아 화가를 위한 성찬(盛饌)을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화사한 색채로 그려냈다. 작품 제목은 '모네의 식탁'. "그림은 선 하나조차 마음을 가다듬고 내적인 대화를 하면서 그어야 한다.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 더 압도적으로 존중받는 시대가 곧 온다." 작가의 얘기다.
미키마우스와 아톰을 합친 캐릭터 '아토마우스'의 작가 이동기가 리히터에게 감명을 받아 시도한 추상화, '형상은 색채와 형태의 작용'이라는 나름의 시각 이론을 세우고 이론을 회화로 구체화한 정수진의 작품을 만나는 재미도 신선하다. 전시회 기념도록엔 기획자와 작가들이 '회화란 무엇인가'를 놓고 나눈 진지한 대화록도 실렸다. '그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02)720-15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