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03 23:28
검정 옷차림의 사제들이 손을 잡고 둘러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춘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흰 눈밭. 강렬한 흑백의 대비 덕에 작품은 실사(實寫)라기보다는 검정 잉크 묻힌 롤러로 흰 종이에 찍어낸 도안(圖案)처럼 보인다. 이탈리아 사진가 마리오 자코멜리(Giacomelli·1925~2000)의 작품은 흰색을 만났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검정을 보여준다.

내년 2월 24일까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회고전 제목도 'The Black is waiting for the White'(검정은 흰색을 기다리고 있다)다. 전시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작품 등 흑백사진 220여 점이 나온다. 한미사진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이다. 성인 6000원, 초·중·고생 5000원. (02)418-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