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하듯 나풀… 그녀는 움직임으로 말한다

  • 송혜진 기자

입력 : 2012.11.29 23:31

'샤넬의 얼굴' 모델 포피 델레바인, 라거펠트 사진전 위해 내한

칼 라거펠트 사진집 속의 델레바인. /샤넬 제공
그녀는 하나의 우아한 곡선이다. 길게 뻗은 다리, 손짓이라도 하듯 들어 올린 팔. 고혹적인 곱슬머리와 먼 곳을 더듬는 시선까지…. 순백의 속옷을 입은 몸은 단단하고 눈부시지만, 사진 속 그녀는 그렇게 몸이 아닌 손짓과 눈빛, 동작으로 말을 건다.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청담동 비욘드 뮤지엄에서 열리는 사진 전시회 '리틀 블랙 재킷(The Little Black Jacket)'은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Lagerfeld)가 직접 찍은 100여명의 유명 인사 사진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이 사진 속 인물 중 한 명인 영국 출신 모델 포피 델레바인(Delevingne·26)이 28일 사진전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델레바인은 2009년부터 샤넬과 루이뷔통, 칼 라거펠트의 개인 브랜드 '칼 라거펠트'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는 톱모델이다.

비욘드 뮤지엄에서 델레바인과 초콜릿 몇 개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사진 속 그녀는 정적인 아름다움의 소유자였지만, 현실의 그녀는 발랄하고 상냥했다. 델레바인은 사진 촬영의 기억을 이렇게 더듬었다. "원래는 속옷과 까만 재킷만 걸친 채 촬영하기로 돼 있었어요. 칼이 갑자기 묻더군요. '혹시 발레 할 줄 알아요?' '네, 어릴 때 조금 배웠어요.' '그럼 춤춰봐요.' 그리곤 칼은 곧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었죠(웃음)."

애초엔 관능에 초점을 맞췄던 사진 촬영이었지만, 곧 라거펠트는 델레바인의 순수함을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델레바인은 "그 과정에서 (의상을 스타일링한 전 프랑스 '보그' 편집장) 카린 로이펠트가 내게 가운을 덧입혔고, 나는 마치 발레를 하듯 몸을 움직였다. 그 결과물로 나온 사진은 마법처럼 아름다웠다"며 미소 지었다.

28일 서울 청담동 비욘드뮤지엄에서 만난 포피 델레바인.“같은 전시인데도 런던보다 서울이 더 근사하다”고했다. 배경은 전시회에 출품된 미국 여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 일본 모델 겸 배우 미즈하라 기코, 네덜란드 모델 사스키아 드 브로(왼쪽부터)의 사진. /채승우 기자
델레바인은 19세 때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운동회 때 우연히 만난 한 에이전트가 그를 발탁했다. 델레바인은 "막상 시작한 모델 활동은 뜻밖의 기쁨을 알게 해줬다"고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행복, 여행의 즐거움에 눈떴어요. 물론 출장이 잦다 보니 때론 비행기에서 사는 기분이지만요."

델레바인은 "동생도 함께 유명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데, 가끔 만나 서로 경험담을 주고받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새로운 길이 보인다"면서 "언젠가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멋진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영화배우 제인 버킨의 무심한 매력을 사랑해요. 이번 전시회에선 로이펠트가 코코 샤넬 여사처럼 분장하고 찍은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했고요. 저 역시 저렇게 나이 들어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이콘으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