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쓰는 당신의 손가락, 100만년 뒤엔 어떻게 될까요?"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2.11.29 03:03 | 수정 : 2012.11.29 15:05

토니 아워슬러, 첫 한국 전시

스마트폰으로 약속을 잡고, 밥집을 찾고, 그 맛을 기록하는 세상.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 스마트폰을 작동하는 손가락조차 필요없는 때가 오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면, 미래의 인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상상에 대한 답을, 미국 미디어 아티스트 토니 아워슬러(Ousler·55)는 이렇게 내놨다.

몸은 퇴화하고 둥그런 얼굴에 커다란 눈과 입만 남은 형상. 레진(천연수지)으로 만든 납작한 원반에 빔 프로젝터로 눈과 입 영상을 쏘아 만든 작품이다. 이 괴기한 얼굴은 눈을 껌뻑이고, 입을 움직이며 간간이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얼거리곤 한다.

"100만년쯤 후 기술이 훨씬 더 많이 발전하면, 인간은 몸을 쓸 일이 없을 거다. 결국 머리만 남겠지. 어쩌면 그 시대엔 인간은 기계의 '애완동물'쯤으로 취급받게 될지도 모른다."

2000년대 초 일종의 '블랙 유머' 같은 이 작품 'Aterr'를 내놓으며, 그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평론가들은 작품을 "매스미디어를 '섭취'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이 매스미디어 자체가 되어버렸음을 형상화했다"며 높이 평가했고, 상업화랑은 "비디오아트로선 드물게 지루하지 않고 코믹하며, 장식성 있는 작품"이라며 환호를 보냈다. 지름 87.6㎝의 이 작품은 현재 점당 16만달러(약 1억7000만원)에 거래된다.

작품‘Aterr’와 함께 한 아워슬러. 그는“아들이 막 태어났을 때 이 작품을 구상했다. 기쁨에 가득 차 작품을 유머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며 씩 웃었다. /곽아람 기자
다음 달 30일까지 서울 도산대로 '313 아트 프로젝트'에서 열리는 토니 아워슬러의 첫 한국 개인전 '사랑의 묘약(OXT Variations)'엔 이 작품을 비롯해 미디어 작품 10여점이 나온다.

그는 대표적인 '백남준 키드'.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에 재학 중이던 1977년 백남준의 강의를 듣고 '비디오 아트'에 입문했다. 강연 이후 백남준과의 인연은 죽 이어졌다. "백남준은 '거장'인데도 나같은 피라미에게조차 너그럽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한번은 독일에서 열린 비디오 페스티벌에서 그를 만났는데, 내 작품을 보더니 '토니, 아직도 특출하군' 하면서 웃음 지었다. 그때 나는 마치 교황이 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기쁨을 느꼈다."

TV 모니터를 이용한 작업은 다양한 미디어로 진화했다. 마치 백남준처럼. 이번 전시에도 빔 프로젝터뿐 아니라 아이패드, 아이팟 등을 활용했다.

더 이상 '미디어 아트'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 시대, 미디어 아트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미디어 아트가 새롭지 않다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신호다. 1990년대만 해도 미디어 작업은 '순수 예술(fine art)'로 여겨지지 않았다. 우리는 '기술'도 '예술'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해 미술계를 설득해야만 했다.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곧 '미디어 아티스트'가 그냥 '아티스트'로 불리게 될 날이 올 것이다." (02)3446-3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