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미술토크] 펠리페 2세가 좋아한 그림들

  • 아트조선

입력 : 2012.11.15 15:32

[작가토크] 히에로니무스 보스

29살에 왕위를 물려받은 펠리페 2세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수도가 마드리드임에도 불구하고 북서쪽으로 떨어진 마을에 거대하지만 소박한 건물을 짓기 시작합니다. 바로 '엘 에스코리알 궁전'입니다. 그곳은 왕궁과 성당 그리고 수도원과 도서관을 겸한 곳이었습니다. 신앙도 지키고 나라일도 충실히 수행해 아버지의 위업을 이으려는 펠리페 2세의 마음이 보이는 대목입니다.

펠리페2세

펠리페 2세에게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카톨릭에 도전하는 종교개혁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그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신교도들의 저항이 일어났을 때는 모든 주민을 죽여서라도 카톨릭을 지켜야 한다고 명령하였죠.

그때쯤 펠리페 2세가 애지중지 하던 그림들이 있습니다. 아마 이 그림들을 보면서 자신의 의지를 확인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Table of the Mortal Sins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7가지 죄악'입니다. 가운데는 부활한 그리스도가 보이고, 이런 글이 써 있습니다.

“조심하라 신이 보고 계신다.”
하나하나 볼까요.
때로는 살인도 저지르게 되는 분노의 죄악,
남녀가 노닥거리는 호색의 죄악.
기도를 잊고 잠에 빠진 태만의 죄악
욕심껏 먹어대는 폭식의 죄악
사치스런 모자를 쓰고 거울만 바라보는 허영의 죄악
남이 가진 것을 탐하는 질투의 죄악
항상 뇌물을 좋아하는 탐욕의 죄악

그림은 이렇게 죄악을 조심하라고 일깨우고 있습니다. 그림 주위로 4개의 그림이 더 있습니다.

첫째, 인간이라면 누구든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둘째, 언젠가 하나님이 내려와 최후의 심판을 하실 것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셋째, 지옥을 그리고 넷째로는 천당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수수께끼 같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데도 불구하고 펠리페 2세는 그의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자료·영상 제공 :
서정욱(서정욱 갤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