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는 多形이라

  • 김기철 기자

입력 : 2012.10.15 23:36

'천하제일 비색청자'展 국립중앙박물관 오늘부터

귀여운 토끼 세 마리가 떠받치고 있는 칠보무늬 향로(국보 95호), 간송 전형필이 1935년 당시 기와집 20채 값을 주고 샀다는 구름학무늬 매병(국보 68호), 이동식 변기로 추정되는 배 모양 청자….

고려청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천하제일 비색청자'전이 16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국보 18점, 보물 11점에 일본 중요문화재 2점을 비롯, 350여점의 최상급 청자를 볼 수 있는 전시다.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 5개 박물관에서도 청자 20점을 빌려왔다.

거북이나 석류 모양 연적, 연꽃 넝쿨무늬 붓꽂이, 벼루 같은 문방구, 원숭이 모양 향꽂이와 인장 같은 일상용품부터 청자 기와, 지붕 장식으로 추정되는 연꽃 봉오리 모양 청자, 벽에 장식용 타일처럼 걸었을 모란무늬 청자 판 같은 건축·실내장식용까지 청자의 다양한 쓰임새를 만날 수 있다.

왼쪽부터 칠보무늬향로(국보 95호·높이 15.3㎝), 원숭이모양 연적(국보 270호·높 이 10㎝), 구름학무늬 매병(국보 68호·높이 42.1㎝), 여자아이모양 연적(높이 11.2 ㎝), 용모양 정병(일본 중요문화재·높이 33.5㎝).

청자로 표현한 다양한 인물·동물상들이 볼거리. 엄마의 볼을 아이가 쓰다듬는 원숭이 모양 연적(국보 270호·간송미술관 소장)이나 새 한 마리를 품에 안은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을 담은 남자아이 모양 연적(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청자를 만들기 시작한 10세기부터 빛깔과 형태가 쇠락한 14세기 청자까지 명품의 변천사를 만날 수 있다. 1989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청자명품' 특별전 이래 최대 규모 고려청자전이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02)2077-9499


[고려청자 비색 비법] 철분 2~3%+열 1200도+밝혀지지 않은 α


중국 송나라의 태평노인은 송나라 명품을 기록한 책자 '수중금'(袖中錦·소매 속에 간직할 귀한 것)에서 '고려 비색(翡色)이 천하제일의 청자'라 했다. 당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비취색을 띠는 고려청자를 최고로 쳤다는 얘기다. 고려청자의 비색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강경남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는 "비색을 만드는 데는 청자를 만드는 흙인 태토(胎土)와 유약, 가마에서 불꽃을 조절하는 기술이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유약은 일종의 천연 잿물. 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에 냇가의 차돌을 태운 뒤 곱게 빻은 가루를 섞는다. 유약과 흙의 철분 함유량이 각각 2~3%이라야 비색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 유약을 표면에 두껍게 바른 뒤, 1200도의 가마에서 구우면 반투명의 녹청색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가마 속 위치에 따라 같은 성분의 유약을 발라도 색깔이 달라진다.

고려시대 청자 전성기인 12세기엔 강진과 부안, 두 곳에서만 정부 지원 아래 비색청자를 만들었다. 지금도 신비한 비색을 재현하기 위해 숱한 도공과 연구자가 씨름하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