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10 23:36
매너 안 지키는 公害 관객 늘어… 주변 관객·배우마저 고통 호소
배우 손숙씨는 지난달 연극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공연하다 깜짝 놀랐다. 고(故) 박완서 원작의 '나의 가장…'은 손씨 혼자 밀도 높게 끌어가는 1인극. 한참 연기에 몰두해 있는데, 객석 앞줄 정중앙에서 환한 빛이 쉴 새 없이 번쩍거렸다. 중년 여성이 사진기 플래시를 터뜨려가며 약 15분간 그를 찍고 있었다. 손씨는 "너무나 괴로워 공연을 중지할까도 싶었지만 다른 관객을 위해서 참고 끝까지 했다"고 말했다. 공연 직후, 관리를 맡은 하우스 매니저가 문제의 관객을 붙잡았다. "다음부터 그러지 마시라"고 하는 매니저에게 관객은 "공연 장면을 간직하고 싶어서 찍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오히려 짜증을 냈다.
휴대폰 끄기·사진 촬영이나 잡담 금지 등 기본적인 관람 예절을 지키지 않는 '공해(公害) 관객'이 늘면서, 관객뿐 아니라 배우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휴대폰 끄기·사진 촬영이나 잡담 금지 등 기본적인 관람 예절을 지키지 않는 '공해(公害) 관객'이 늘면서, 관객뿐 아니라 배우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매진을 이어가는 뮤지컬 '헤드윅'의 배우 박건형은 공연 중 휴대폰 소리와 불빛을 참다 못해 지난 5일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휴대폰은 당신 것이에요. 근데 극장에 들어오는 순간은 아니에요. 딱 두 시간만 꺼줄 수 있어요? 우리 모두의 시간을 파괴하지 말아줘요." '헤드윅' 같은 소극장 뮤지컬은 객석의 움직임이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에 배우의 집중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멱살잡이까지 간 적도 있다. 지난 6월 남산예술센터에서 올라간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작·연출 정의신)는 관객끼리 싸움이 붙었다. 한 여성이 공연 도중 "어머, 저걸 어째!" "세상에, 저럴 수가"라며 연신 중얼거리자 바로 앞줄 관객이 그를 흘겨봤다. 1막 후 중간 휴식 중에 "왜 째려보느냐"며 따지는 여성의 남편과 "예의를 지키라"던 앞줄 관객은 옥신각신 끝에 드잡이까지 했다. 공연기획사 플래너코리아의 박민희 대표는 "공연장에 음료수 반입을 저지하면 '내가 다 먹을 때까지 공연을 시작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관객도 있다"며 "기본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결국 관객 본인도 손해인데,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