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미술토크] 세상에서 가장 비싼 성조기

  • 아트조선

입력 : 2012.10.03 15:59

[작가토크] 제스퍼 존스

아래 작품은 미국 국기로 보입니다. 그림이 평범해 보이십니까?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이 그림은 '깃발'이라는 제목의 미술 작품입니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작품입니다.

1954-Flag, 1954-55 (dated on reverse 1954)

이 작품은 2010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860만 달러에 거래되었고, 이 성조기를 그린 작가는 미국 예술계에 남긴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유메달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화가가 처음 성조기를 그리기 시작한 때는 1955년입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25살 이었습니다.

미술가를 꿈꾸며 낮에는 여러 상점 쇼 윈도우를 대신 꾸며주며 돈을 벌었고, 틈틈이 짬을 내어 미술을 공부하던 뉴욕의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1957년 이 화가의 성조기를 본 갤러리스트 레오 카스텔리는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며 첫 개인전을 자신의 갤러리에서 열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1958년 1월 20일 그의 첫 전시가 열립니다. 생각했던 대로 언론은 그의 새로운 미술에 놀라움을 표시했고 청년은 그때부터 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그 후 청년은 대부분의 미술사책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하는 영예까지 얻게 됩니다.

추상표현주의를 뒤로 하고, 팝아트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이 미국화가의 이름은 '제스퍼 존스'입니다.

1955-Target with Four Faces, 1955

그렇다면, 이 성조기는 무엇이 그렇게 다른 걸까요?

바로 성조기를 그렸다는 것입니다. 성조기는 미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쉬운 소재입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주류를 이루던 것은 추상회화였습니다.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빌럼 데쿠닝 등… 하지만 그들의 미술은 어려웠습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주제를 통한 표현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에 관람자는 어렵게 그림을 바라보며, 그들의 쉽지 않은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성조기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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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영상 제공 :
서정욱(서정욱 갤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