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13 23:25
검열의 나라 재확인한 '한국 현대미술 중국전:리부팅'
이용백作 '예수와 부처 사이' 전대 의제가 종교라며 난색
그림 속 한시 뜻 무엇이냐… 전시명 '리부팅' 의미가 뭐냐… 정치적 메시지 여부에 민감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옌황예술관(炎黃藝術館)에서 개막된 '한국현대미술 대표작가 중국전: 리부팅(ReBooting)'은 기대 이상의 성황이었다. 첫날 관객 수가 200명을 훌쩍 넘겼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가 한국현대미술작가 대표작들을 선보인 자리였다. 김영순 전 예술의 전당 전시예술 감독이 커미셔너를 맡아, 김아타·육근병·이용백·정연두·배영환·이이남(이상 사진·뉴미디어), 김종학·이기봉·김지원(이상 회화), 안필연(설치미술) 등 10인의 작품 38점을 공수해 왔다. 상하이 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미술평론가 황두(黃篤·46)씨는 "모처럼 '미술 한류의 오늘'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반겼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검열의 나라' 중국의 현주소를 드러낸 자리였다. 이용백의 비디오설치 작품 둘 중 하나는 '먹통' 신세였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작품 '엔젤 솔저'의 화려한 꽃문양이 빛을 발하는 동안, 그 반대편 벽에는 빈 액자(1.2X1.5m)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켰다. 기획대로라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예수와 부처 사이'가 관객을 맞았어야 했다. 신크레티즘(syncretism·혼합) 기법으로 예수와 부처의 형상이 오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동서문화의 융합을 구현한 작품. 하지만 베이징시 문화국은 '허가는 해주되 대단히 곤란하다. 알아서 하라'고 했고, 미술관은 자체 결정 형식으로 불허했다는 후문이다. 다음 달 시작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주요 의제가 종교라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개인 일정 때문에 현지에 오지는 못한 이 작가는 전화 통화에서 "예전에 다른 베이징 전시회에서 두 차례 전시된 적이 있는 똑같은 작품인데도 문제를 삼아 의아했다.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검열 기준도 바뀌는 모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검열의 나라' 중국의 현주소를 드러낸 자리였다. 이용백의 비디오설치 작품 둘 중 하나는 '먹통' 신세였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작품 '엔젤 솔저'의 화려한 꽃문양이 빛을 발하는 동안, 그 반대편 벽에는 빈 액자(1.2X1.5m)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켰다. 기획대로라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예수와 부처 사이'가 관객을 맞았어야 했다. 신크레티즘(syncretism·혼합) 기법으로 예수와 부처의 형상이 오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동서문화의 융합을 구현한 작품. 하지만 베이징시 문화국은 '허가는 해주되 대단히 곤란하다. 알아서 하라'고 했고, 미술관은 자체 결정 형식으로 불허했다는 후문이다. 다음 달 시작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주요 의제가 종교라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개인 일정 때문에 현지에 오지는 못한 이 작가는 전화 통화에서 "예전에 다른 베이징 전시회에서 두 차례 전시된 적이 있는 똑같은 작품인데도 문제를 삼아 의아했다.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검열 기준도 바뀌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날 대다수 관객은 빈 액자를 작품인 듯 감상하는 웃지 못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팸플릿에 사정을 설명하려다가 전시관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 그만뒀다고 했다. 다만 불허된 작품 자리에 프레임만 걸어둬 '무언의 의사표시'를 했다.
그 밖에도 중국 각급 당국의 주문은 까다로웠다. 이이남 작가의 작품 경우에도 그림 속의 한시가 흩어져 내리는 대목을 두고, 한시를 모두 해석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치적 메시지가 들어 있을까 봐서였다. 다른 비디오설치 작품들도 화면을 일일이 녹화해서 제출하게 했다. 심지어 '리부팅'이란 전시회 명칭을 두고도 '지금 한중관계를 빗댄 정치적 의미를 담은 것 아니냐'는 질문까지 했다고 한다.
중국 미술 관계자들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가장 개방적이라는 798 예술구에서도 작품이 허가가 안 나 전시장 밖에 놓여 있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전시회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달리 중국 측 요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우리 측에서 곽영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권영빈 문예위 위원장 등이 참석한 데 반해, 중국 측에서는 황원쥐앤 문화예술계연합회 부장(국내 위원회로 치면 본부장급), 우홍량 북경화원미술관 관장 등에 그쳤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문화예술계연합회 부주석과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장 등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시 첫날부터 작품 구매 타진이 들어오는가 하면 내년에도 이 작가들 그룹전을 추진해 보자는 제의가 들어오는 등 '리부팅'의 첫 반응은 성공적이었다는 게 우리 측 평가였다.
그 밖에도 중국 각급 당국의 주문은 까다로웠다. 이이남 작가의 작품 경우에도 그림 속의 한시가 흩어져 내리는 대목을 두고, 한시를 모두 해석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치적 메시지가 들어 있을까 봐서였다. 다른 비디오설치 작품들도 화면을 일일이 녹화해서 제출하게 했다. 심지어 '리부팅'이란 전시회 명칭을 두고도 '지금 한중관계를 빗댄 정치적 의미를 담은 것 아니냐'는 질문까지 했다고 한다.
중국 미술 관계자들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가장 개방적이라는 798 예술구에서도 작품이 허가가 안 나 전시장 밖에 놓여 있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전시회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달리 중국 측 요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우리 측에서 곽영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권영빈 문예위 위원장 등이 참석한 데 반해, 중국 측에서는 황원쥐앤 문화예술계연합회 부장(국내 위원회로 치면 본부장급), 우홍량 북경화원미술관 관장 등에 그쳤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문화예술계연합회 부주석과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장 등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시 첫날부터 작품 구매 타진이 들어오는가 하면 내년에도 이 작가들 그룹전을 추진해 보자는 제의가 들어오는 등 '리부팅'의 첫 반응은 성공적이었다는 게 우리 측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