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09 23:20
[동네 합창단 만드는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감독]
인천 8개동에 400명 활동, 26일 연합발표회 연습 중
2014년 아시안게임 때 시민 2014명 합창 계획
"합창은 참된 민주주의… 배려심 생기고 균형 맞춰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
세계에 한국을 널리 알린 한국 합창의 대부·전도사

"8년 전부터 인천시와 시의회 등에 동네 합창단을 만들 것을 건의했다. 정겨운 이웃이 없는 시대에 이웃과 친해지는 데 합창이 최고의 매개체이다. 지난해 '남자의 자격' 출연 이후 시에서 시민합창단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우선 동(洞)별로 합창단을 만들자고 했다. 4월에 시작해 현재 8개 동에 합창단이 만들어졌다. 주민 400여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천 동마다 합창단을 만드는 것이 우선 목표이다. 동장님들의 협조가 절대 필요하다. 인천이 합창의 도시가 되어 대한민국을 합창의 나라로 만드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
―동네 합창단 운영은.
"계양1·석남1·동춘1·송림4·용현5·부평1·신흥·구월1동에 합창단이 만들어졌다. 동장들이 합창단 활동에 적극적인 곳들이다. 동별로 40~70명 정도의 주민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령이 다양하다. 남성들이 적은 것이 조금 아쉽다. 주 1~2회 연습하며 시립합창단원들이 각 동 지휘자 역할을 하며 주민과 함께하고 있다. '아, 가을인가' '희망의 나라로' '스와니강' '언덕위의 집' 등 30여곡을 연습한다."
―왜 동네 합창단을 하려 했나.
"이웃 주민들이 함께 합창을 하면 금세 친해진다. 오늘날 도시 주민들은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산다. 만나도 인사는 물론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 합창을 하면 정겨운 이웃이 생긴다. 외국의 경우 10만명이 모여서 노래하는 합창 축제도 있다. 미국의 경우 손자와 아버지, 할아버지가 함께 하는 동네 합창단도 있다. 살기좋은 동네, 이웃과 함께하는 동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합창이 최고다. 대한민국 곳곳에 합창이 메아리치면 삶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마음도 푸근해질 것이다."

―합창을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되는가.
"합창은 민주주의다. 합창을 하려면 먼저 옆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자신만 튀어서는 합창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소리의 높낮이를 서로 맞추어야 하고 때로는 자신보다 상대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합창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나친 경쟁과 입시 위주 교육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 합창은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케 한다. 예전에는 학교나 지역별로 어린이합창경연대회가 많았다. 입시 교육에 밀려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어린이 정서에 좋은 합창대회를 다시 살려야 한다. 제자와 지인을 통해 전국에 22개의 어린이합창단을 만들었다. 더욱 늘리려 한다. 우리나라에 노래방이 많다. 그러나 노래방에서 합창하는 경우는 드물다. 노래를 함께 해봐라. 더 가까워진다."
―동네 합창단은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오는 26일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8개 동이 참가하는 연합 합창 발표회를 갖는다. 그동안 나름대로 연습하고 준비한 것을 보여주게 된다. 동별로 발표를 한 뒤 마지막에 '우리는'과 '아리랑'을 합창하게 된다. 발표회장 입구에 동네 합창단이 있는 8개 동장의 사진을 걸어놓아 활약상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 때 주민 2014명이 출연해 합창을 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인천시립합창단은 어떻게 맡게 되었나.
"1995년 합창단에 문제가 생겨 해체됐다. 당시 대우합창단을 지휘하고 있었는데 시립합창단을 맡아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인천 출신이니까 해야 된다'는 말에 설득당했다. 이제 인천시립합창단은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2009년에는 미국합창연합회로부터 세계 4대 합창단으로 인정돼 초청받기도 했다. 한국적인 음악을 소개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2010년에는 세계 6개팀이 참가하는 프랑스의 세계합창박람회에 나가기도 했다."
―고향 인천에 대한 추억과 인연은.
"어린 시절 인현동과 송현동에서 자랐다. 당시는 나라 전체가 못살 때였다. 어릴 적 내가 뛰어놀던 곳에는 석탄이 많이 쌓여있었다. 송림초등학교와 영화중·인천공고를 다녔다. 음악을 좋아해 고등학교 때 밴드부에서 활동했다. 대학 때 합창에 푹 빠졌다. 대학 졸업 후 동인천고에서 2년반 정도 음악 교사를 했다. 합창을 하고 싶어 그만뒀다. 당시 인천자유공원에 있던 극동방송의 PD로 활동하면서 합창단을 지휘했다. 이후 선명회합창단을 오랫동안 맡았으며 대우합창단을 맡아 활동했다. 인천은 합창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 기독교의 발상지로 교회가 많아 성가대 활동이 활발하다."
―시민들과 음악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학교에서는 영어와 수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일상생활을 하는 데 음악과 미술·체육이 더 필요하다. 단 하루도 음악 없는 삶을 살 수 있는가. 예술을 모르거나 즐길 줄 모르면 삶이 피폐해진다. 취미로 악기를 하나씩 다루었으면 좋겠다. 정서에 큰 도움이 된다. 음악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각고의 노력을 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손연재 선수의 발을 보라. 얼마나 연습했는지를. 음악 등 예술 분야는 최고만이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