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한' 장한나… 패기로 무대를 쥐락펴락

  • 김성현 기자

입력 : 2012.08.19 23:50

장한나 지휘 '앱솔루트 클래식'

'첼리스트' 장한나(29)는 11세 때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정상 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지휘자' 장한나는 불과 5년 전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신인이다. 자신이 발 딛고 선 위치와 목표와의 간극은 때때로 음악가를 괴롭히는 질곡이다. '지휘자' 장한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지난 18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장한나의 클래식 음악회 '앱솔루트 클래식'에서 해답을 엿볼 수 있었다. 본 음악회가 열리기 1시간 전, 장한나는 지휘봉이나 첼로 활 대신 마이크를 잡고서 관객 앞에서 '공연 전 토크'를 한참 진행하고 있었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2악장은 작곡가의 간절한 기도가 녹아있는 아름다운 노래예요. 고뇌 속에 이 작품을 쓴 작곡가의 마음을 꼭 기억해주세요."

전날 자정까지 단원들과 리허설을 하느라 목이 쉬었다면서도, 그는 청중 앞에서 시종 밝은 목소리였다. 장한나는 이 음악회에서 지휘와 해설 외에 작품 프로그램 해설 노트까지 맡아쓰는 등 '1인 3역'을 했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모음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조합한 이날 음악회에서는 뜨겁고 열정적인 '지휘자' 장한나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 교향곡 5번의 1악장부터 장한나는 '현악 연주자'답게 주(主)선율을 연주하는 제1~2 바이올린을 줄곧 응시했다. 지휘봉과 시선 방향을 달리하며 악단 전체를 장악하려는 테크닉도 돋보였다.

20~30대 또래의 젊은 단원들과 구성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이날 음악회는 전문 오케스트라와 같은 진득한 깊이나 탄탄한 조직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운명의 주제'가 우렁차게 반복되는 4악장에서 장한나는 후퇴하거나 비켜서지 말고 온몸으로 감정을 분출하라고 주문했고, 젊음의 싱그러움과 약동하는 패기가 공연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어 장한나와 교우하고 있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76) 선생은 공연장을 나서며 "발랄하면서도 빈틈없다"고 말했다. 그 한 마디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