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30 23:27
日 니가타현 '대지의 예술제'
지역 활성화 방안으로 시작, 교류 늘고 마을 화합 계기
가와바타 야스나리(1889~1972)의 소설 '설국(雪國)'(1937) 이후 니가타현은 '눈'으로 기억됐다. 거기에 좋은 쌀과 고운 술, 니가타는 자연의 덕을 많이 입고 사는 땅이었다.
그로부터 75년. 이곳은 현대 예술의 개활지로 거듭나고 있다. 3년마다 여름 이맘때면 두 개의 예술제가 사람들을 부른다. 니가타현 남단 에치고쓰마리(도카마치+쓰난마치)의 '대지의 예술제'와 북부 니가타시의 '물과 흙의 예술제'.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차로 북서쪽으로 2시간 거리, 니가타현의 도카마치역 옆 광장은 대지의 예술제(=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레엔날레) 개막식으로 북적댔다. 올해로 5회를 맞은 행사. 기타가와 후람 종합디렉터는 "지금까지 42개국 320작품이 출품됐다. 올해 새 작품은 150점 정도"라고 소개했다.
◇예술을 통한 공동체 재건
간판 전시장 사토야마 현대미술관(일명 '키나레')에는 일찍부터 방문객들이 이어졌다.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천장 없는 중앙 광장에 형형색색의 헌옷들이 2층 건물 높이로 산처럼 쌓여 있다. 그 꼭대기 위에서는 폐품처리장에서 봄직한 집게손 기중기가 옷가지를 집었다 놨다 했다. 프랑스 설치예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작품 '무인지대(No Man's Land)'다. 안내원이 설명했다. "삶과 죽음을 자주 다루는 볼탕스키가 작년 3·11 재해를 보고 구상한 겁니다. 그는 희생자의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한때 존재했던 이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라 했습니다. 옷가지는 일본 전역에서 모은 것들로 16톤(t) 분량입니다."
'인간은 자연에 내포되어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대지의 예술제'는 1996년 니가타현의 '뉴 니가타 마을 만들기' 사업이 첫삽이었다. 오래된 농촌 지역은 고령화와 청년 이농으로 갈수록 인구가 줄었다. 고심 끝의 대응안이 '예술을 통한 지역 활성화'. 처음엔 녹록지 않았다. 작품 설치에 필요한 땅 주인들이 어깃장을 놨고 설득은 힘들었다. 하지만 취지가 확산되면서 방문객 수(추산)는 2000년 16만, 2003년 20만, 2006년 35만, 2009년 37만50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역 민방인 BSN의 히로코 다카하시(27) 프로듀서는 "지역간, 외부와의 교류가 늘면서 마을 분위기가 많이 살아났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는 이곳을 배우려고 한다.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에서 왔다는 야수이 하바라(30) 토리데 아트 트리엔날레 사무국장은 "관광객 유치와 주민 참여 비결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200여 산간마을이 열린 전시장
대지의 예술제는 여러 면에서 '실험'이다. 의도적으로 '시대정신'인 합리화, 효율화에 각을 세운다. 작품을 한 곳에 모으지 않고 760㎢ 넓이 지역 200여 개 산간 마을을 무대삼아 분산 전시한다. 전시 공간 규모로는 세계 최대. 관객들은 지도를 들고 노란색 표지판을 따라 이동하며 보물찾기하듯 작품을 감상한다. 2005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한 '그림책과 나무 열매의 미술관'도 발상이 새롭다. 그림작가 다시마 세이조(72)가 마지막 재학생 3명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2층 학교 건물을 활용해 입체 그림책처럼 풀어놨다. 세이조씨는 "예술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멀리 홋카이도에서 자원봉사를 오는가 하면, 청년과 노인, 지역과 지역이 화합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