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25 23:00
지역예술제 롤모델된 밀양예술제 현장을 가다
다양한 작품에 현장감 살려… 주말엔 외지 관객으로 꽉 차
"재미없으면 끝이다"… 이윤택 감독 투지의 결과
지난 23일 오후 10시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밀양연극촌의 성벽극장은 별빛을 신호로 깨어나기 시작했다. "여기 밀양 시민 아닌 분들 손들어보세요!" 무대에 들어선 배우 김소희씨가 객석을 향해 물었다. 800석 극장을 메운 관객 중 절반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곧이어 제12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이사장 손숙·예술감독 이윤택) 나흘째 날을 마무리하는 '로미오를 사랑한 줄리엣의 하녀'(로사줄)가 시작됐다. "사랑에 죽고 돈에 우는 얘기 이젠 지쳤어요." 경쾌한 랩으로 시작한 '로사줄'은 뉴욕의 재벌 러시앤캐퓰렛사와 몬태규익스프레스사가 사랑하지도 않는 줄리엣과 로미오를 강제로 결혼시키려 한다는 재치 있는 설정으로 펼쳐진다. 이야기는 줄리엣의 하녀 황주리가 로미오와 사랑에 빠지면서 꼬인다. 자정이 가까워지며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에 이르자 관객의 박수가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재미없으면 끝" 관객 중심의 축제
12년째 5500평(1만8000㎡) 연극촌의 여름밤을 밝혀온 밀양축제는 연극 중심의 공연예술제. 2001년 관객 7000명으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3만5000명이나 몰려들었다. 작품별 객석 점유율이 80%를 웃돈다. 해마다 문화체육관광부 축제 평가에서도 최상위권에 든다. 축제의 성격은 23일 밝힌 예술감독 이윤택씨의 일성(一聲)이 대변한다. "관객을 지루하게 하지 않겠다!" 지역 관객은 냉정하다. 남 눈치 안 보고 재미없으면 바로 일어선다. 일어설 땐 혼자 나가지 않는다. "가자, 가자"하며 우르르 나간다. 이들을 만족시키려면 재면 안 된다. 축제 메뉴에는 '햄릿' 같은 정통 셰익스피어극은 물론이고 '로사줄' 같은 발랄한 작품부터 해외 어린이극까지 다양하게 들어간다.
그렇다고 수준을 낮추지도 않는다. 이제는 세계적인 명품 연극으로 공인된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 초연(2002)이 이곳에서 올랐다. 올해에도 윤광진·이성열·박근형 연출가가 만든 무게 있는 작품이 여럿 선보인다. 관(官)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도 축제의 활기를 살렸다. 작품 선정은 이윤택 감독을 비롯한 극단이 전적으로 맡는다.
◇"재미없으면 끝" 관객 중심의 축제
12년째 5500평(1만8000㎡) 연극촌의 여름밤을 밝혀온 밀양축제는 연극 중심의 공연예술제. 2001년 관객 7000명으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3만5000명이나 몰려들었다. 작품별 객석 점유율이 80%를 웃돈다. 해마다 문화체육관광부 축제 평가에서도 최상위권에 든다. 축제의 성격은 23일 밝힌 예술감독 이윤택씨의 일성(一聲)이 대변한다. "관객을 지루하게 하지 않겠다!" 지역 관객은 냉정하다. 남 눈치 안 보고 재미없으면 바로 일어선다. 일어설 땐 혼자 나가지 않는다. "가자, 가자"하며 우르르 나간다. 이들을 만족시키려면 재면 안 된다. 축제 메뉴에는 '햄릿' 같은 정통 셰익스피어극은 물론이고 '로사줄' 같은 발랄한 작품부터 해외 어린이극까지 다양하게 들어간다.
그렇다고 수준을 낮추지도 않는다. 이제는 세계적인 명품 연극으로 공인된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 초연(2002)이 이곳에서 올랐다. 올해에도 윤광진·이성열·박근형 연출가가 만든 무게 있는 작품이 여럿 선보인다. 관(官)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도 축제의 활기를 살렸다. 작품 선정은 이윤택 감독을 비롯한 극단이 전적으로 맡는다.

◇연극 공동체 활력과 현장감 살려
밀양축제는 주로 야외 공연이다 보니 거칠고 투박하다. 아무래도 세련미는 떨어진다. 그 대신 현장감이 살아있다. 23일 오후 6시 이스라엘 극단 '자파'의 '매직 버블' 공연장은 단체 관람 온 초등학생들로 시작 30분 전부터 와글와글했다. 배우들이 얼굴만 한 비눗방울을 만들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오후 8시 잠비아 극단 '세카'의 공연은 밀양 땅에 아프리카 초원을 옮겨 놓은 듯 몸으로 부딪치며 깨물고 엉키는 배우들의 원시적인 에너지가 넘쳤다.
관객은 부산·대구 등에서 많이 온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관객으로 매진이다. 야외극장은 여름밤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주변에 얼음골·연꽃단지 등 볼거리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서울에서 KTX를 타면 2시간 30분, 역에서 연극촌까지는 차로 20분쯤 걸린다.
23일 자정이 되자 성벽극장 앞 솟대마당에 잔칫상이 차려지고 배우들과 제작진이 모두 모여 뒤풀이를 시작했다. 일회성 공연만 올리고 흩어지는 여타 축제와 달리, 연극인 공동체의 끈끈함이 살아있는 것도 밀양축제만의 강점이다. 이날 '삽 아니면 도끼'를 공연한 극단 수의 연출가 구태환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호사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사랑하는 지역 대학생과 일반인의 자원봉사 참여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연극촌 하용부 촌장은 "올해 자원봉사 신청자가 60명이 넘게 와 일부는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내달 5일까지 17일간 하루 5~6편, 총 43편이 올라간다. 표값은 5000원부터. 제일 비싼 공연이 3만원인데, 각종 할인을 활용하면 절반 정도에 즐길 수 있다. www.stt1986.com (055)355-2308
밀양축제는 주로 야외 공연이다 보니 거칠고 투박하다. 아무래도 세련미는 떨어진다. 그 대신 현장감이 살아있다. 23일 오후 6시 이스라엘 극단 '자파'의 '매직 버블' 공연장은 단체 관람 온 초등학생들로 시작 30분 전부터 와글와글했다. 배우들이 얼굴만 한 비눗방울을 만들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오후 8시 잠비아 극단 '세카'의 공연은 밀양 땅에 아프리카 초원을 옮겨 놓은 듯 몸으로 부딪치며 깨물고 엉키는 배우들의 원시적인 에너지가 넘쳤다.
관객은 부산·대구 등에서 많이 온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관객으로 매진이다. 야외극장은 여름밤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주변에 얼음골·연꽃단지 등 볼거리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서울에서 KTX를 타면 2시간 30분, 역에서 연극촌까지는 차로 20분쯤 걸린다.
23일 자정이 되자 성벽극장 앞 솟대마당에 잔칫상이 차려지고 배우들과 제작진이 모두 모여 뒤풀이를 시작했다. 일회성 공연만 올리고 흩어지는 여타 축제와 달리, 연극인 공동체의 끈끈함이 살아있는 것도 밀양축제만의 강점이다. 이날 '삽 아니면 도끼'를 공연한 극단 수의 연출가 구태환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호사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사랑하는 지역 대학생과 일반인의 자원봉사 참여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연극촌 하용부 촌장은 "올해 자원봉사 신청자가 60명이 넘게 와 일부는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내달 5일까지 17일간 하루 5~6편, 총 43편이 올라간다. 표값은 5000원부터. 제일 비싼 공연이 3만원인데, 각종 할인을 활용하면 절반 정도에 즐길 수 있다. www.stt1986.com (055)355-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