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11 23:30
가나아트센터 '木石으로 찍은 옛그림' 의궤·산수·풍속화에 부적까지 한눈에

초상화, 천문도(天文圖), 지도,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화조화, 산수화, 풍속화, 불경, 부적….
세계 최초의 목판인쇄본과 금속활자본을 만든 민족답게 우리 조상은 '판화의 달인'들이었다. 왕실 행사를 기록한 의궤(儀軌)도 등장인물 수백명을 나무판에 일일이 새기고 목판화로 찍어서 여러 사람이 나눠 보는 등 온갖 장르의 문서와 그림을 판화로 찍어냈다.
17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木石으로 찍은 우리의 옛그림'전은 조선시대 이후 우리 선조가 제작한 다양한 장르의 판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이승일(66) 전(前) 홍익대 판화과 교수가 선친인 고(故) 이항성 화백 때부터 모아온 소장품 200여점을 내놓았다.
한 개의 원본으로 여러 장을 복제할 수 있는 판화는 '대중 교화' 목적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은 조선이 글을 모르는 백성에게 삼강오륜(三綱五倫)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행실도(行實圖)가 대표적인 예. 불교 신도들 사이에서는 탑이나 불상을 만들 때 그 안에 넣으면 복을 받고, 망자(亡者)를 염할 때 덮어주어 함께 묻거나 태우면 영혼이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탑 그림 판화 '탑다라니'가 유행하기도 했다. 서민들 사이에서는 액을 막기 위한 해태, 삼재(三災)를 막아준다는 매 등을 그린 '부적' 판화가 널리 퍼졌다. 집안을 장식하기 위한 화조도(花鳥圖)도 목판화로 널리 제작됐다. 서민용 민화(民畵)도 있었지만 양반층을 위한 고급 판화도 만들어졌다.
1890년대 이후 사진을 이용한 석판인쇄술이 발달하면서 판화의 중심은 목판화에서 석판화로 넘어갔고, 석판화 초상화도 나와 유행했다. 전시에는 을사조약에 반대해 자결한 한말의 순국지사 민영환(閔泳煥·1861~1905)의 사진과 그의 유서, 그의 충절을 기리기 위한 대나무 그림을 석판인쇄한 '민영환 혈죽도(血竹圖)'가 나왔다.
이승일 교수는 "당시의 우국지사들이 민영환의 뜻을 마음에 품기 위해 나눠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우키요에(浮世繪·다색목판화)가 미술사의 한 장르로 자리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조선 판화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전시다. (02)720-1020
세계 최초의 목판인쇄본과 금속활자본을 만든 민족답게 우리 조상은 '판화의 달인'들이었다. 왕실 행사를 기록한 의궤(儀軌)도 등장인물 수백명을 나무판에 일일이 새기고 목판화로 찍어서 여러 사람이 나눠 보는 등 온갖 장르의 문서와 그림을 판화로 찍어냈다.
17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木石으로 찍은 우리의 옛그림'전은 조선시대 이후 우리 선조가 제작한 다양한 장르의 판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이승일(66) 전(前) 홍익대 판화과 교수가 선친인 고(故) 이항성 화백 때부터 모아온 소장품 200여점을 내놓았다.
한 개의 원본으로 여러 장을 복제할 수 있는 판화는 '대중 교화' 목적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은 조선이 글을 모르는 백성에게 삼강오륜(三綱五倫)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행실도(行實圖)가 대표적인 예. 불교 신도들 사이에서는 탑이나 불상을 만들 때 그 안에 넣으면 복을 받고, 망자(亡者)를 염할 때 덮어주어 함께 묻거나 태우면 영혼이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탑 그림 판화 '탑다라니'가 유행하기도 했다. 서민들 사이에서는 액을 막기 위한 해태, 삼재(三災)를 막아준다는 매 등을 그린 '부적' 판화가 널리 퍼졌다. 집안을 장식하기 위한 화조도(花鳥圖)도 목판화로 널리 제작됐다. 서민용 민화(民畵)도 있었지만 양반층을 위한 고급 판화도 만들어졌다.
1890년대 이후 사진을 이용한 석판인쇄술이 발달하면서 판화의 중심은 목판화에서 석판화로 넘어갔고, 석판화 초상화도 나와 유행했다. 전시에는 을사조약에 반대해 자결한 한말의 순국지사 민영환(閔泳煥·1861~1905)의 사진과 그의 유서, 그의 충절을 기리기 위한 대나무 그림을 석판인쇄한 '민영환 혈죽도(血竹圖)'가 나왔다.
이승일 교수는 "당시의 우국지사들이 민영환의 뜻을 마음에 품기 위해 나눠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우키요에(浮世繪·다색목판화)가 미술사의 한 장르로 자리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조선 판화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전시다.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