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04 23:44
[무대 사랑 덕에 행복하다는 '원조 디바' 뮤지컬 배우 최정원]
'시카고' 섹시 살인자역 재공연
무대 향한 존경심은 내가 최고, 분장실부터 그 배역에 올인…
새벽엔 소리로 목 풀며 잠깨죠… 73세에도 현역으로 뛸 겁니다

"저보다 뛰어난 배우로 누굴 꼽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없다고 했어요. 저보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출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저만큼 죽어도 좋을 정도로 무대를 사랑할 순 없어요. 무대에 대해 가진 존경심과 사랑은 그 누구의 재주보다 큰 에너지죠. 그래서 전 비욘세·조수미·이효리 다 합한 것보다 행복한 여자예요."
'원조 디바'의 얼굴은 당당한 자신감으로 빛났다. 뮤지컬 데뷔 23년차, 배우 최정원(43)은 "무대 뒤에서도 깽깽이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걷는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지 않을 때도 저는 배우고, 배우는 무대를 숭배해야 하니까요." 지난달 재공연에 들어간 뮤지컬 '시카고'에서 섹시한 살인자 벨마 켈리를 맡은 그를 공연장인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공연 날이면 어김없이 시작 7시간 전에 공연장으로 나온다. "분장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최면을 시작해요. '난 최정원이 아니라 벨마야.'"
지난 2월까지는 '최정원이 아니라 도나'였다. 6개월 대장정을 마친 '맘마미아!'에서 그는 주인공을 혼자 맡아 208회 모든 회차를 빠지지 않고 섰다. "공연 날 새벽에는 저절로 잠이 깨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목이 잠길까 봐 걱정이 됐나 봐요. 전 제가 그런 줄 몰랐는데 남편이 깜짝 놀랐다며 말해줬어요." 지난 23년간 한 번도 겹치기 출연을 한 적이 없다. 한 번에 한 역할에만 몰두한다. 그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믿는다. 원래 눈물이 많은데 중학교 1학년인 딸 수아가 태어난 후로 눈물샘이 하나 더 생겼다. 작년 말 '맘마미아!'를 본 수아가 문자를 보냈다. "엄마, 멋진 여자구나." 딸에게 받은 최고의 찬사였다. 그래서 또 울었다.
뮤지컬 데뷔작은 '아가씨와 건달들'(1989)이었다. 앙상블로 나오는 아가씨 6명 중에 '아가씨 6'이었다. 친척들한테 뮤지컬 배우 한다고 자랑했더니 다들 "그게 뭔데?"라고 묻던 시절이었다. 대사는 한마디. "가자! 아들레이드!" 일곱 글자를 수천 번 연습했다.
그는 "20년 넘게 하니 상대 배우가 보이더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그냥 열심히 했어요. 딴 사람 두 바퀴 돌 때 네 바퀴 돌아야 직성이 풀렸죠. 이제는 그런 욕심보다 상대 배우가 대사할 때 행간을 채워주는 매력에 빠졌어요. '시카고' 상대역인 록시 하트가 '네가 뭐야?'라고 건방지게 나오면 몸으로 '이것 봐라?' 하는 리액션을 채우는 거죠. 제 건강보다 같이 서는 록시 역 아이비의 건강이 궁금해지고요. 기도할 때도 '아이비 장면 대박 나게 해주세요' 하죠."
'원조 디바'의 얼굴은 당당한 자신감으로 빛났다. 뮤지컬 데뷔 23년차, 배우 최정원(43)은 "무대 뒤에서도 깽깽이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걷는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지 않을 때도 저는 배우고, 배우는 무대를 숭배해야 하니까요." 지난달 재공연에 들어간 뮤지컬 '시카고'에서 섹시한 살인자 벨마 켈리를 맡은 그를 공연장인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공연 날이면 어김없이 시작 7시간 전에 공연장으로 나온다. "분장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최면을 시작해요. '난 최정원이 아니라 벨마야.'"
지난 2월까지는 '최정원이 아니라 도나'였다. 6개월 대장정을 마친 '맘마미아!'에서 그는 주인공을 혼자 맡아 208회 모든 회차를 빠지지 않고 섰다. "공연 날 새벽에는 저절로 잠이 깨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목이 잠길까 봐 걱정이 됐나 봐요. 전 제가 그런 줄 몰랐는데 남편이 깜짝 놀랐다며 말해줬어요." 지난 23년간 한 번도 겹치기 출연을 한 적이 없다. 한 번에 한 역할에만 몰두한다. 그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믿는다. 원래 눈물이 많은데 중학교 1학년인 딸 수아가 태어난 후로 눈물샘이 하나 더 생겼다. 작년 말 '맘마미아!'를 본 수아가 문자를 보냈다. "엄마, 멋진 여자구나." 딸에게 받은 최고의 찬사였다. 그래서 또 울었다.
뮤지컬 데뷔작은 '아가씨와 건달들'(1989)이었다. 앙상블로 나오는 아가씨 6명 중에 '아가씨 6'이었다. 친척들한테 뮤지컬 배우 한다고 자랑했더니 다들 "그게 뭔데?"라고 묻던 시절이었다. 대사는 한마디. "가자! 아들레이드!" 일곱 글자를 수천 번 연습했다.
그는 "20년 넘게 하니 상대 배우가 보이더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그냥 열심히 했어요. 딴 사람 두 바퀴 돌 때 네 바퀴 돌아야 직성이 풀렸죠. 이제는 그런 욕심보다 상대 배우가 대사할 때 행간을 채워주는 매력에 빠졌어요. '시카고' 상대역인 록시 하트가 '네가 뭐야?'라고 건방지게 나오면 몸으로 '이것 봐라?' 하는 리액션을 채우는 거죠. 제 건강보다 같이 서는 록시 역 아이비의 건강이 궁금해지고요. 기도할 때도 '아이비 장면 대박 나게 해주세요' 하죠."

그의 휴대폰에는 데뷔작 '아가씨와 건달들'에서부터 '맘마미아!'까지 사진 수십장이 들어 있다.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수시로 꺼내본다"고 말했다. "키스했던 남자 배우가 많았죠. 윤도현·박건형·남경주씨가 기억나네요. 제일 잘했던 건 조승우씨였어요. 저절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키스였어요. 뛰어난 배우니까 그렇겠죠. 저도 무대 위 그 순간에는 진심이니까요."
성형이 일상화된 공연계에서 최정원은 드물게 '튜닝'을 전혀 안 한 얼굴이다. "끝까지 하나도 안 고칠 거예요. 중년 배우 중에 엄마나 할머니 할 사람이 없대요. 전 크고 환하게 웃어서 멋있는 주름으로 진짜로 엄마 같고 할머니 같은 배우로 늙어가고 싶어요." 올해 73세가 된 그의 모친은 "여자 나이는 일흔셋이 최고"라며 "이제야 인생을 알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엄마가 말한 그 나이, 여자가 가장 물오른 나이라는 칠십이 정말 기대돼요."
▲뮤지컬 '시카고' 10월 7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