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객들 '어메이징' 소리 나올 것"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1.04.28 02:32

뮤지컬 '히어로' 들고 8월 브로드웨이 도전, 연출가 윤호진
"실물 크기 기차세트와 디지털 기술, 브로드웨이도 아마 처음 볼 것…
美 극장 노조 때문에 공연 비용 커져… 옷 입혀주고 다림질하는 스태프도 써야"

8월 말 미국 뉴욕의 링컨센터에 한국산(産) 뮤지컬이 오른다. 세계 공연 1번지의 품평을 기다리는 이 작품의 제목은 '히어로(Hero)'. 한국 관객에게는 '영웅'(연출 윤호진)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2009년 초연된 '히어로'는 뮤지컬 '명성황후'를 만든 연출가 윤호진의 두 번째 브로드웨이 프로젝트다. 링컨센터 공연은 8월 23일부터 9월 3일까지로 확정됐다. 최근 현지에 다녀온 윤호진을 26일 만났다.

뮤지컬‘히어로(영웅)’2막에서 안중근(정성화·오른쪽)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 /에이콤 제공
―링컨센터의 어느 극장인가?

"데이비드 코크 극장이다. 뉴욕 스테이트 극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300석이고 주로 오페라와 발레를 올리는 공연장이다. 1997년과 1998년 '명성황후'도 여기서 뉴요커들을 만났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명성황후'로 쌓아놓은 인지도가 있다. '명성황후'와 달리 '히어로'는 줄거리를 들려주면 외국인들도 금방 이해한다. '스파이더맨' 등 요즘 브로드웨이 공연과 비교해도 스펙터클과 가창력에서 뒤질 게 없다. 자신감이 생겼다. 관람료 최고가는 200달러로 정했다."

연출가 윤호진

―세계 공연 1번지에서 '히어로'가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가 있나?

"단연 기차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가 100년이 넘었는데, 실물 크기의 기차가 나오고 공중에 뜨는 작품은 내가 아는 한 없다. '명성황후'가 아날로그였다면 '히어로'는 첨단 디지털로 무장했다."

'히어로'에 등장하는 12m 길이의 기차 세트는 무대 막 뒤에 숨겨져 있다가 필요한 장면에만 보여준다. 리프트(lift)와 레일을 이용해 상하좌우로만 움직일 뿐 전진·후진은 1㎝도 안 되지만, 이 뮤지컬을 본 관객은 기차가 무대 위 2.7m 높이로 만주벌판을 달리고 하얼빈역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잊기 어렵다. CG(컴퓨터그래픽) 영상과 실물 기차를 이용한 반복실험의 합작품이다. 기차를 포함해 컨테이너 5대 분량의 세트·장치는 7월 초 배로 먼저 뉴욕으로 떠난다.

―미국 공연 캐스팅은?

"안중근 정성화, 이토 히로부미 김성기, 설희(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 이상은, 링링(안중근을 사랑한 중국 여인) 전미도다. 정성화 혼자 14회 공연을 소화해야 한다. 매일 공연 끝나면 곧바로 숙소로 보낼 생각이다."

―공연 기간이 짧아 적자가 뻔한데.

"250만달러가 드는데 전회 매진돼도 100만달러 손해가 난다. 극장 노조에 가입돼 있는 스태프를 써야 하는데 시급이 100달러가 넘는다. 총만 안 들었지 '마피아' 같다. 옷 입혀주고 다림질하는 스태프까지 의무적으로 써야 해 비용이 커졌다. 그래도 예술성과 대중성에서 고른 평을 받으면 미국 프로듀서가 붙어 영어 버전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있어 희망을 걸고 있다."

―개막일을 'UN의 날'로 정해 반기문 사무총장과 각국 UN 대사들을 초대했다고 들었다.

"안중근이 말한 동양평화론과 UN의 일이 통하기 때문이다. 현지에 사는 교포들은 고국을 떠난 입장이라 공감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가장 큰 소망은?

"뉴욕타임스 리뷰에 '어메이징(놀랍다)' 같은 단어가 나오면서 호평하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