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분청사기' 뉴욕 나들이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1.04.07 03:02 | 수정 : 2011.04.07 04:01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서 오늘부터 특별전

"가식 없는 소박한 매무새, 허탈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탐탁스러운 힘, 시작된 곳도 끝난 데도 모르는 어수룩한 선, 익살스러우면서도 때로는 눈물겨운 모습…."

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 선생이 극찬한 한국의 분청사기가 미국 뉴욕에서 그 아름다움을 떨친다.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실에서 7일 개막하는 '한국의 분청사기' 특별전.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병국)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보물 787호 '분청사기철화어문호(粉靑沙器鐵畵魚文壺)', 보물 1422호 '분청사기상감모란문호(粉靑沙器象嵌牧丹文壺)' 등 보물 6점을 비롯해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분청사기 59점을 선보인다.

보물 제787호‘분청사기철화어문호’. 조선 15세기 후반. 높이 27.7㎝, 입지름 15.2㎝, 밑지름 9.8㎝. /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분청사기는 고려청자에서 조선 백자로 이어지는 중간 시기인 15~16세기에 번성했던 도자기. 바탕 흙에 백토를 입힌 뒤 다양한 기법으로 장식해 백색과 회색의 은은한 조화가 돋보이며, 투박하지만 자유분방한 선과 색이 독특한 조형미를 이룬다. 풍만한 몸체에 모란꽃 세 송이와 잎들을 힘 있게 새겨 넣은 '분청사기상감모란문호(보물 1422호)', 넓은 몸통 위에 모란잎을 꽉 차게 그려넣은 '분청사기철화모란문장군(보물 1387호)'….

전문가들은 조선의 분청사기가 현대적 미감에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특히 표면에 그려진 문양은 현대회화 같은 파격 미를 담아낸다는 것. 실제로 보물 787호 '분청사기철화어문호'에 그려진 물고기는 이중섭 그림 속에서 어린이들과 어울려 노는 물고기를 연상시킨다.

보물 1387호 '분청사기철화모란문장군'. /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이번 특별전에는 도예가 윤광조와 이헌정이 전통 도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도예 작품과 조선 분청사기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일본 다완(茶碗)도 함께 놓인다. 15일에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인 이소영씨가 조선 분청사기를 문화사적 맥락에서 소개하는 강연이 열린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열리며 이후 9월 중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으로 옮겨 순회 전시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