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魂을 수집합니다"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1.03.31 03:16

'수집벽' 사진가 구본창 개인전

수집벽이 있는 이 사내는 남들이 공들여 이룬 컬렉션을 사진 찍어 고스란히 제 것으로 만든다.

내달 30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사진가 구본창(58)은 "잘 찍은 사진은 피사체의 혼(魂)까지 가져간다. 나는 컬렉션 사진을 찍음으로써 컬렉터들의 정열과 안목을 훔치는 셈이다"고 말했다.

텅 빈 액자와 상자, 텅 빈 새장, 빈 병…. 자신이 수집한 잡동사니 앞에 선 구본창은“비어버린 것들, 나서지 않는 것들에 대해 늘 연민이 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2006년 이후 5년 만에 갖는 이 개인전에는 50점 가까운 작품이 소개된다. 눈을 부릅뜬 탈은 프랑스 기메 박물관 소장 '한국의 탈' 컬렉션을 찍은 것이다. 조르르 줄을 지어 고요한 숨을 쉬고 있는 명기(明器·죽은 사람과 함께 묻는 그릇)들은 국내 컬렉터의 소장품을 찍었다. 오사카 동양도자 박물관의 '한국백자' 컬렉션, 일본 도쿄 민예관이 소장한 야나기 무네요시 '한국 곱돌' 컬렉션,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백자 달항아리 컬렉션 사진도 나왔다. 구본창은 "나와 교감하는 듯한 작품들을 골라 찍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이밖에 '수집가 구본창'의 면모를 보여주는 소품들도 진열됐다. 집안에서 굴러다니던 가짜 고려청자, 김칫독을 파묻으려 땅을 팠을 때 나온 백자 수반, 여섯 살 위 형이 구독하던 타임지와 라이프지 등 구본창이 예닐곱살 때부터 모아온 잡동사니들이다. 구본창은 "쓸모없어 보이는 사소한 물건들이 나를 통해 존재감을 얻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사진이 수수하면서 뭉근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러한 성향 때문일 것이다.

구본창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대우실업에 들어갔다. 6개월 만에 대우실업을 그만두고 조그만 가죽 수입업체에 취직해 독일 함부르크로 떠났다. 그곳에서 학교에 다니며 사진을 배웠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항상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뒤늦게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선택한 일에 '이거구나' 몰입했더니 평생의 업이 됐다"고 말했다. (02) 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