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과 발레의 두 스타 한 무대 서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11.03.28 03:02 | 수정 : 2011.03.28 08:59

한국무용수 이정윤씨, 발레리나 김주원씨

“무용수는 무용수가 압니다. ‘지젤’부터 ‘스파르타쿠스’까지 그의 발레는 탁월해요. 테크닉(기술)은 기본이고 사소한 것도 사소하게 여기지 않아요. 강력한 몰입과 집중으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이정윤)


“이정윤씨를 존경해요. 무용수이자 안무가라서 움직임에 대해 100%의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현대적인 감각도 강점이지요.”(김주원)


한국무용과 발레가 함께 2인무를 춘다. 국립무용단 입단 10년차인 수석무용수 이정윤(34)과 국립발레단 수석 김주원(34)은 국립극장이 기획한 ‘이정윤 & 에투왈’(4월 9~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더 원(The One·안무 이정윤)’을 올린다. 2007년 김주원의 발레단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에서 두 무용수가 초연했던 작품이다. 동갑내기인 이들을 26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났다. 김주원은 “당시에는 제가 그의 안무작을 산 셈이고 이번엔 그의 10년을 그 춤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무용수 이정윤(왼쪽)과 발레리나 김주원은“다른 장르와의 작업으로 춤의 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이정윤은 2002년 국립무용단 입단부터 ‘춤, 춘향’의 이몽룡 등 주인공을 도맡아온 한국무용계의 스타다. ‘이정윤 & 에투왈’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그의 대표작과 다른 분야 스타(에투왈)들과의 작업을 갈라 형식으로 한자리에 모은다. 국립무용단 외에 국립발레단 김주원, 유니버설발레단 엄재용·황혜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궁연, 가수 이상은, LDP무용단이 공연한다.


강강술래를 남자 무용수 7명만으로 재구성한 ‘이터널 댄스(Eternal Dance)’ 등 신작도 선보이는 이정윤은 “한국무용에도 인라인스케이트가 등장할 만큼 표현 방식은 현대와 호흡하고 있다. 장르를 초월한 예술적 교감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중학교 때 춤을 시작했는데 한국무용을 기본으로 발레·현대무용도 배웠어요. 눈에 보이는 움직임은 다 받아들이려고 했습니다. 한국 춤은 느리고 비어 있지요. 그게 매력입니다. 그 여백과 바탕에 있는 흥과 멋이 좋았습니다.”


발레리나 최고 영예인 러시아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여성 무용수상을 차지했던 발레리나는 왜 한국무용에 끌렸을까. 김주원은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춤”이라면서 “한국 춤의 깊고 긴 호흡을 배우고 싶어, 평소 눈여겨봤던 이정윤에게 의뢰한 작품”이라고 했다.


“한국무용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춤 같아요. 순간순간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 출 수 있습니다. 발과 다리 동작은 발레가 더 테크니컬하고 역동적이지만 상체와 손 움직임, 호흡은 한국무용이 훨씬 섬세해요. 그 ‘몸의 언어’를 배워 발레의 표현력을 높이고 싶었습니다.”


14분 길이의 ‘더 원’은 사랑과 꿈에 관한 춤이다. 김주원은 “때론 기쁘지만 때론 실망하고 아파하고 좌절하기도 하는 과정을 2인무로 그린다”면서 “4년이 흐르고 경험과 생각이 쌓인 만큼 춤의 느낌도 다를 것”이라고 했다. 한때 연인이었고 무대 밖에서도 주목받았던 이들은 “일은 일이고 사랑은 사랑”이라면서 “요즘은 예술적 동지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