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23 23:37
1980~90년대의 회상, 뮤지컬 '광화문 연가'
"바람이 불어 꽃이 떨어져도/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시를 위한 시)가 흐르는데 앞자리 40대 여성이 눈가를 훔쳤다. 훌쩍임은 곧 옆과 뒤에서 스테레오로 번졌다. 드라마 속 사랑과 이별, 몰입한 관객 각자의 사연, 여기에 없는 작곡가 이영훈이 겹쳐지면서 감정이 연쇄 폭발했다.
사랑보다 기억이 더 슬프다. '광화문 연가'(연출 이지나)는 대중적이면서 마음에 진동을 일으키는 뮤지컬이었다. 당초 이 공연은 걱정투성이였다. 가수 이문세로 기억되는 이영훈의 음악은 다 '이별 후의 독백'이라서, 이야기와 감정의 진폭을 주기 어려웠다. 읊조림으로 160분을 채울 순 없지 않은가.
사랑보다 기억이 더 슬프다. '광화문 연가'(연출 이지나)는 대중적이면서 마음에 진동을 일으키는 뮤지컬이었다. 당초 이 공연은 걱정투성이였다. 가수 이문세로 기억되는 이영훈의 음악은 다 '이별 후의 독백'이라서, 이야기와 감정의 진폭을 주기 어려웠다. 읊조림으로 160분을 채울 순 없지 않은가.

'광화문 연가'는 회상과 극중극(劇中劇)으로 안(과거)과 밖(현재)을 나누는 길을 택했다. 때론 희극적으로 변주됐고 때론 더 강하게 증폭됐다. 히트 작곡가 상훈(박정환)은 자신의 음악으로 콘서트를 올리는 지용(양요섭)을 만나 1980~90년대로 들어간다. 후배 작곡가 현우(임병근)와 함께 가수 여주(리사)를 사랑했던 과거의 상훈(송창의)을 만나는 것이다.
추억 여행은 역삼각형의 경사진 빈 무대에서 '옛사랑'으로 시작됐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작곡가에겐 사물이 다 음악이다. 피아노·악보·음표 등을 이용한 세트·영상이 이야기와 어울렸다.
1막의 마지막, 리사가 부른 '그녀의 웃음소리뿐'은 직선으로 가슴팍에 꽂혔다. 가창력과 정서에다 전폭적으로 공감될 때만 생기는 전율이었다. 송창의·임병근의 노래와 춤, 구원영·김태한의 희극적 이완도 안정적이었다. '비스트'의 양요섭을 보러 온 10대와 추억을 되새기러 온 40~50대 관객은 서로 다른 이유로 만족해했다.
하지만 작품성 측면에서는 아쉬웠다. 드라마는 단조로웠고 진압 경찰들의 움직임은 둔하고 안무적 창의성도 약해 긴장을 반감시켰다.
▶4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