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를 보여주려면, 나부터 벗어야 한다"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1.03.23 23:40

김대진 교수 '하이든 vs. 모차르트' 공연
"베토벤은 운명 극복, 모차르트는 운명 소화"

피아니스트 김대진(49)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콩쿠르 1등, 박사학위 논문, 협주곡 전곡 연주를 모두 모차르트로 해치운 모차르트'통(通)'이다. 줄리아드 음대에 다니던 1985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제6회 로베르 카자드쥐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3년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27곡)을 연주해 독주자로서도 이름을 또렷이 새겼다.

김대진 교수는“청중이 뉴욕필에 버금가는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갖고 있는 그릇을 꽉 채워 모차르트를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시향 제공

고양문화재단이 올해부터 7년간 진행하는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에서 김대진 교수가 첫 번째 연주회인 '하이든 vs. 모차르트'를 맡아 모차르트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는 슈베르트와 멘델스존, 드보르자크와 시벨리우스, 브루크너와 말러 등 해마다 두 작곡가를 선정해 대표작을 비교·감상하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김 교수가 상임지휘를 맡고 있는 수원시향이 연주하고, 제자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한다.

김 교수의 어렸을 때 꿈은 의사였다. 주치의가 그에게 청진기와 주사기를 선물로 줄 정도로 자주 아팠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파서 학교를 못 간 그를 보고 외할머니가 집에 있던 피아노로 찬송가 멜로디를 가르쳐줬다. 그게 계기가 돼 피아노의 길로 들어섰다. 다른 연주자들에 비하면 꽤 늦은 시작이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국립교향악단과 협연했고, 이듬해 첫 독주회를 열 만큼 될성부른 잎이었다.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무척 좋아하셨어요. 아버지가 바이올린으로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하면 초등학생이던 저는 피아노로 반주를 해드렸어요." 부친은 밥값을 아껴 클래식 음반도 사 모았다. 방송국 PD가 프로그램에 쓸 음반을 빌리러 그의 집에 찾아올 정도였다. 그중 많은 자리를 모차르트 음반이 차지했다.

그가 생각하는 모차르트의 곡에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과 이 세계가 갖고 있는 공간적인 면, 우주의 섭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숭고한 아름다움과 현실적인 쾌락이 뒤섞여 있어요. 베토벤이 자기의 운명을 극복하려 애썼다면 모차르트는 운명을 자기 것으로 꼭꼭 씹어 삼킨 뒤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면을 포착했지요." 김 교수는 "모차르트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연주자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다 보여줘야 한다"며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부소니가 '모차르트는 아이한텐 너무 쉽고 어른에겐 너무 어렵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대진 교수와 수원시향은 이번 연주회에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K.467, 교향곡 제40번 g단조 K.550 등 3곡을 연주한다. 장르별 대표작을 골랐다. 그는 "좋은 연주는 연주자가 보이고, 정말 좋은 연주는 작곡가가 보인다"면서 "모차르트의 교향곡 중 2곡밖에 없는 단조곡을 통해 모차르트가 느꼈던 슬픔과 고뇌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이든 vs. 모차르트 1―김대진&수원시향=26일 오후 7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577-7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