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29 16:38

4년 5개월간 1400회·30만명 돌파 롱런
창작 뮤지컬로는 책 출간·영화 개봉 첫 사례
오만석·신성록·오나라 등 거쳐간 배우 화려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관객이 찾는 한 막을 내리는 일은 없다.” 공연계 대표적인 롱런 작품을 말하라고 하면 서둘러 몇 편이 손에 꼽힌다. 연극에선 ‘라이어’가 있고 비언어극으로는 ‘난타’와 ‘점프’가 있다. 뮤지컬에선? ‘김종욱 찾기’가 있다. 2006년 6월 초연한 ‘김종욱 찾기’는 두 달 보름여 동안 2만여명에 달하는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처음부터 대박조짐을 보였다. 그해 12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이어진 앙코르 공연에서는 3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공연으로의 기반을 닦았다. 2007년 10월부터는 아예 오픈런으로 자리잡았다. 그후 지금까지 1400여회를 돌파하며 30만명이 다녀간 공연이 됐다. 하지만 수치의 나열만으로 ‘김종욱 찾기’를 말할 수는 없다. 롱런 공연에는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지난 26일 오후 5시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공연 중인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김동연 연출자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창작 뮤지컬의 롤 모델이다”
말 그대로 ‘대박공연이라고 생각하냐’고 다짜고짜 들이댄 질문에 김동연 연출자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는 모범적인 답안을 내놓았다. 연극으로는 ‘쉬어매드니스’나 ‘라이어’가 있고 비언어극으로는 ‘점프’와 그 전에 ‘난타’가 있었다. 뮤지컬로는 사실상 첫 사례가 된 셈이다. “창작 뮤지컬의 콘텐츠를 어떻게 발굴해서 상업적으로 포장하고 경쟁력 있는 공연으로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적절한 본보기가 된 셈”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잘 만들어진 대박 콘텐츠가 주위 연관 분야에 파급되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사례이기도 하다. ‘김종욱 찾기’는 이달 초에 책으로 출간됐고 내달 초에는 영화로 개봉된다.
▲흔한 소재를 흔하지 않게 풀어낸
그렇다면 ‘김종욱 찾기’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 연출자는 담백한 첫 느낌이라고 말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버터냄새가 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는 부담감이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제거한 것이 주효했다는 거다. 또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구성과 드라마를 지적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첫사랑에 대한 테마, 오히려 너무 흔해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흔한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내면서 구성을 갖춰가는 드라마가 ‘김종욱 찾기’에 있다.
김 연출자는 ‘김종욱 찾기’의 오리지널 연출은 아니다. 2006년 6월 초연 때부터 시즌마다 바뀌어온 연출자 가운데 그가 네 번째다. 2007년 10월부터 시작된 시즌3의 중간에 투입돼 지금까지 연출을 맡고 있다. 그가 연출한 이후 보완한 것은 무대와 공간이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첫사랑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조금 더 예쁜 그림으로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한다. 그가 특히 비중을 둔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뻔한 멜로로 남을 러브스토리가 되지 않게 배우들을 독려했고 실제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 간 밀고 당기기의 디테일이 추가됐다.
▲배우가 만드는 캐릭터가 있다
‘김종욱 찾기’를 거쳐간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오만석, 엄기준, 원기준, 신성록 등이 남자 주연으로, 오나라, 김지현, 안유진 등이 상대 여배우 역으로 무대를 지켰다. 김 연출가는 극을 그의 생각만으로 끌어가려 하지는 않는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과정 속에서 찾아낸 부분을 최대한 살려주고 있다.
유행이나 트렌드도 반영한다. 캐릭터를 던져놓고 배우 스스로가 만들어가게 한다. “틀에 가둘수록 좋지 않다. 지난 시즌에 성공했던 장면들이 배우가 바뀌면서 효과를 못 보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 배우에게 맞는 장면 속 역할이 따로 있다는 거다. 배우에게 그대로 답습해가는 것보다 만들어가는 역할을 더 크게 요구하고 있다.
▲멀티맨 역할도 사실상 처음
‘김종욱 찾기’는 현재 시즌4를 공연하고 있다. 시즌이 바뀌는 기준은 세트와 음악의 변화라고 했다. 이 변화를 주도하는 건 물론 연출자다. 배우는 시즌 내에서 더 자주 바뀔 수 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지금의 대학로 외에 지난 16일부터 강남에 무대를 하나 더 마련한 것이다. 조금 넓어진 무대에 배우들의 동선이 커졌고 무대장치도 한결 아기자기해졌다. 내년 2월경 시즌5를 계획하고 있다.
첫사랑, 추억, 여행, 코믹, 유머 등 로맨틱 코미디가 가지고 있는 요소를 작품은 두루 갖췄다. 최근 공연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1인 다역을 연기하는 ‘멀티맨’도 ‘김종욱 찾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봐도 좋다. 배우들의 경제적 문제나 공간 문제, 캐스팅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자구책이었던 ‘멀티맨’이 오히려 주연배우보다 더 나은 반응을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종욱 찾기’의 멀티맨은 점쟁이, 택시운전기사, 집주인 아줌마, 주인공의 아버지, 다방레지, 노인, 스튜어디스, 인도 현지 가이드 등 스물 두 번의 ‘순간 연기변신’을 시도한다.
▲“마니아만으로 부족하다”
장기공연의 과제를 앞두고 김 연출자의 고민이 크다. 인기몰이를 할 때야 ‘마니아층까지 양산하는 공연’이란 말이 설득력이 있을지 몰라도 5년, 6년을 넘어서면서는 “마니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뮤지컬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연으로서의 성격 규명도 관건이다. “길을 가다가 누구라도 볼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드는 일의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놓는다. “극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더불어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공감을 얻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배우의 연기에서도 극복해야 할 것이 있다. 매너리즘이다. “6개월 이상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처음 만난 것처럼 설레임을 느끼고 사랑의 감정까지 끌어낼 수 있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라고 지적한다. 이 문제는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클리닉’의 과정을 통해 다 잡는다.
▲영화는 뮤지컬에 시너지가 될 것
초연 당시 뮤지컬 관객은 많지 않았다. 소극장 공연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한창일 때였다. 공연계는 5∼6년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시장규모도 달라졌고 제작방식도 바뀌었다. 극단은 사라져가고 그 자리에 프로모션이 들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계 전반에는 불황이란 꼬리표가 달려 있다. 김 연출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것을 한 이유로 본다.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거다.
영화 ‘김종욱 찾기’의 개봉이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 과연 득이 될 수 있을까. 김 연출자는 망설임 없이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형태로든 시너지 효과가 될 거란 판단이 든단다. ‘10년 대계’를 바라보는 입장도 확실하다. 힘을 유지하고 극의 수준을 이끌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오래하는 공연이 오래된 것처럼 보이면 문제 아닌가.” 소극장 뮤지컬로 한 시대를 풍미하는 트렌드가 된 공연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처방으로 들린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 무대는 물론 캐스팅까지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는 대극장 공연의 자본력을 염려하는 목소리에 김동연 연출은 “관객이 10만원을 내고 대극장 공연을 보러 갔을 때의 기대치와 3∼4만원 소극장 공연을 보러갔을 때의 기대치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충족시키는 기준이 다르니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다. /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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