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금발머리 소녀 그림에 넋 잃었어요"

  • 한수연 기자

입력 : 2010.02.18 23:49 | 수정 : 2010.02.19 00:24

저소득층 어린이 초대…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 관람

"어?! 진짜 뽀뽀하고 있는 거잖아."

신지(9·장충초2)양과 하지우(9·청구초2)양이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신양과 하양은 전시실 가운데 놓인 브랑쿠시(Brancusi·1876~ 1957)의 조각상 '키스'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곁에 있던 50여명의 아이들도 둥그렇게 둘러서서 남녀가 껴안고 있는 모습의 대리석 조각을 보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피부가 가무잡잡한 신양은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인 다문화둥이다. 화가가 꿈인 신양은 "저도 그림 잘 그려요"라며 그 자리에서 수첩에 그리스식 집과 개울을 그려 보였다.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모네에서 피카소까지’특별전에 초대된 저소득층 어린이 58명이 작품 해설가인 문혜정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 / 한수연 기자 3hearts@chosun.com
종로구 '참 신나는 아동센터'와 중구 '나비훨훨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저소득층 어린이 58명이 이날 오전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을 감상했다. 지난 연말 저소득층·한부모가정·다문화가정 어린이 1000여명을 초대해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을 보여줬던 본지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워 2월 봄방학 맞아 다시 초대 행사를 시작했다.

이날 아이들의 눈길을 가장 끈 작품은 르누아르(Renoir·1841~1919)의 대표작인 '르그랑 양의 초상'이었다. 어린이들은 파란색 스카프와 리본을 한 금발머리 소녀의 수줍은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

"르누아르는 눈에 가장 신경을 써서 그림을 그렸어요. 이 소녀 눈빛을 가만히 보세요." 작품해설가인 문혜정(33)씨 말에 제일 앞줄에 있던 김태성(9·장충초1)군이 두어 걸음 바짝 다가서 르그랑 양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두 번째 줄에서 서서 보던 손은진(10·장충초3)양은 혼잣말하듯 "와, 눈이 정말 예쁘다"고 중얼거렸다.

진지한 표정으로 관람을 마친 신다인(13·장충초6)양은 "백조를 안고 있는 여인 그림이 차분하고 오묘한 느낌이라 너무 좋았어요"라며 왼쪽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종이를 꺼냈다. 신양은 로랑생(Laurencin· 1885~1956)의 '레다와 백조'를 기억하기 위해 종이에 또박또박 미술가와 작품 제목을 적었다. 기념품 매장에서 엽서도 샀다. 아이들을 인솔한 나비훨훨 지역아동센터 이영실(33) 교사는 "평소에 미술관 체험을 하기 어려운 아이들인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피카소·모네·드가 등 대가들의 걸작 96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에는 개막 이후 63일째인 이날까지 16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마감 오후 6시) 전시되며 매주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 전시된다. 관람료 일반·대학생 1만3000원, 중·고생 9000원, 초등학생·유치원생 7000원. (02)521-73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