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vs 브래드 리틀 '가상 대결' 하면...

  • 스포츠조선 김형중 기자

입력 : 2009.08.21 10:07

배우 조승우(좌)와 브래드 리틀

'브래드 리틀 vs 조승우?'

요즘 뮤지컬계의 최고 화제 중 하나는 조승우 대 브래드 리틀의 '가상 대결'이다.

조승우가 누군가? 충무로에서도 블루칩이지만 뮤지컬계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다. 탁 트인 목소리, 인간 내면의 심연을 끌어내는 연기, 그리고 말로 쉽게 설명하기 힘든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는 객석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금은 군 복무중이지만 조승우는 항상 제작사들의 캐스팅 1순위였다. 오죽했으면 한 제작사 대표가 "언젠가 조승우가 스스로 전화를 걸어와 내가 준비 중인 작품에 출연시켜달라고 해 놀랐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조승우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전'(1999)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데뷔 초반 뮤지컬에 주력했다.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2001), '카르멘'(2003) 등을 통해 서서히 마니아층을 모으기 시작했다.

조승우의 진가가 100% 발휘된 작품이 2004년 '지킬 앤 하이드'다. 인간 선악의 양면성을 지닌 '지킬앤 하이드'를 통해 그는 마침내 알을 깨고 나와 훨훨 날았다. 기자 역시 그 때 조승우를 보면서 전율을 느낀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특히 극 후반부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부르는 '트랜스포메이션'은 두고두고 회자된 명장면이다.

조승우는 타고난 재능 외에 독종으로도 유명하다. 극 중 지킬이 이 작품이 낳은 명곡인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을 부르기 직전 팔뚝에 주사를 놓는 장면이 있는데, 어느날 밤 제작자가 연습실에 가보니 조승우가 혼자 남아 그 동작을 여러 형태로 마음에 들 때까지 죽도록 반복하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래 흔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지킬 앤 하이드'의 오리지널 공연이 28일부터 9월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가 바로 브래드 리틀.

그는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으로 브로드웨이와 전 세계 투어에서 10여년 동안 2100회 이상 무대에 서면서 "역대 팬텀 가운데 최고"라는 찬사를 들었다. 특히 2005년 내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덕분에 2006년 서울에서 콘서트를 열기까지 했다.

'지킬 앤 하이드'는 그의 또다른 대표작. 브로드웨이에서 '섬세하고 파워풀하게 지킬을 소화해냈다'는 호평을 들었다.

두 배우의 공통점은 힘찬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표현에 능하다는 점. 브래드 리틀의 '지킬 앤 하이드'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니아들은 이미 조승우와의 간접 비교를 놓고 큰 기대감을 나타내왔다.

연기는 스포츠경기가 아니다. 각기 개성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브래드 리틀을 보면서 조승우를 떠올리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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