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로린 마젤로부터 '지휘 과외'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8.12 02:55

하루 6~9시간씩 3주간 특훈

첼리스트 장한나(26)가 뉴욕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를 지낸 거장 로린 마젤(Maazel·79)로부터 '지휘 과외수업'을 받았다. 의례적인 '원 포인트 레슨'이 아니다. 마젤이 젊은 음악인 지원과 육성을 위해 창설한 미국 버지니아의 캐슬턴 페스티벌에서, 장한나는 지난달 3주 가까이 숙식하면서 지휘 레슨을 받고 벤저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을 지휘했다. 장한나는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하루 6~9시간씩 지휘 공부를 하면서 리허설을 참관했다. 브리튼의 곡은 '입문'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실제 지휘하기엔 너무나 까다로웠다"며 웃었다.

20대 유명 첼리스트와 여든을 바라보는 노장의 인연은 각별하다. 작곡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마젤의 첼로 작품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를 1998년 세계 초연한 연주자가 장한나였다. 마젤은 장한나의 베를린 필하모닉 데뷔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았고, 드보르자크·슈만·엘가의 첼로 협주곡 등을 함께 연주했다.

첼리스트 장한나./성남아트센터 제공
마젤은 '지휘자' 장한나의 첫 리허설 때는 휴식 시간에 악보를 함께 보면서 일일이 검토할 대목을 짚어주었다. 마젤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앞에 섰을 때는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된다. 지휘자가 포기하면 지휘봉에 그대로 나타나며 모두 금세 알아차린다"고 조언했다. 지난 6월 말러 교향곡 8번 '천인(千人)교향곡' 연주회를 끝으로 뉴욕 필에서 물러난 마젤은 오케스트라 사무실에서 부쳐온 짐 꾸러미에서 지휘봉을 찾아내서 장한나에게 선물했다.

이번 '특별 훈련'을 계기로 장한나는 본격적으로 세계무대에서 지휘자로 나선다. 내년 6월에는 터키 앙카라에서, 내년 겨울엔 독일 바이에른 청소년 교향악단을 지휘한다. 장한나는 "첼로가 수영장에서 메달을 다투는 것 같다면, 지휘는 바다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휘자' 장한나는 다음 달 11~12일 성남아트센터가 마련한 '앱솔루트 클래식' 콘서트에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6번 등을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