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엄마'만큼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7.02 05:29

흥행 돌풍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의 강부자씨
관객들 "내 얘기다" 공감 객석서 터지는 울음소리 연극의 추임새 역할 하죠

지금 연극 동네에서 가장 크게 웃는 배우는 강부자(68)다. 그가 주인공인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고혜정 작·구태환 연출)은 오는 4일 재공연을 개막하기도 전에 티켓 6000여장을 팔았다. 총 객석 중 3분의 1을 벌써 판매한 것이다. 공연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월간 예매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연극도 이 작품뿐이다.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올 초 초연돼 4만명의 사랑(유료 객석 점유율 93.5%)을 받았다.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소설 《엄마를 부탁해》, 김혜자 주연의 영화 《마더》와 더불어 '엄마 신드롬'의 한 상징이 됐다. 연극은 죽음을 앞둔 딸이 엄마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2박3일을 따라간다. 강부자는 이 비극의 인기에 대해 "세상에 '엄마' '아가'만큼 아름다운 단어는 없다"며 "관객들이 '내 얘기다, 내 얘기…' 하면서 온몸에 전율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친정엄마와 2박3일》의 강부자(오른쪽)와 전미선. 강부자는“연기하다가‘이거 어떡 하나’걱정스러울 정도로 관객들이 많이 운다”고 했다./컬비스 제공

―모녀(母女)의 어느 한쪽이 죽는 이야기는 흔한데요.

"누구는 신파적이라며 '고무신 연극'이라 불러요. 그런데 우리 인생이 어차피 그런데요 뭐. 세상은 팍팍한데 이 연극은 수수하고, 늘 눈물 자국이 있는 엄마와 자식 이야기예요."

―모녀 관객이 역시 많지요.

"딸이 엄마를 모시고 와요. 부부도 많고, 의외로 남자분들도 많이 옵니다. 하기야 어머니 뱃속에서 안 나온 사람은 없으니까."

―관객은 어느 장면에서 많이 우나요.

"엄마가 죽은 딸과 대화하는 대목이 그래요. 엄마가 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울음이) 푹푹 터집니다. 목놓아 우는 분들도 많아요. 방해요? 안 돼요. 오히려 추임새가 됩니다. 나도 매회 울어요."

―'강부자' 하면 자연스럽게 엄마가 떠오릅니다.

"1964년 TBC 개국했을 때 내가 스물넷이었어요. 《로맨스 가족》이라는 드라마를 했는데 작고하신 김동원 선생이 아들, 도금봉 선생이 손녀딸이었어요. 더덕더덕 흰 칠 하고 주름살 그리고, 그때부터 어머니 역이 전공이 됐습니다. 젊을 적 나요? 복스럽고 귀엽고 예뻤죠. 으흐흐…."

―한국을 대표하는 어머니이고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어휴, 그래도 안 해본 게 너무 많아요. 《엄마가 뿔났다》에서 김혜자가 한 것 같은 엄마 역은 못 해봤어요. 생활력 강하고 고단한 엄마 전문이었지요. 고상한 엄마도 해보고 싶어요. 또 삼각관계 멜로물도 못 해봤잖아요. 이젠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고 싶은데…. 그것도 바람으로 끝나겠지만."

―극 중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실제 성격과 비슷한지요.

"자식들을 엄하게 키우기는 했지만 제 별명이 '삼다(三多)의 여인'이에요. 정 많고, 눈물 많고, 겁이 많아서. 사납고 억척스럽고 활달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녜요."

▶8월 30일까지 서울 이해랑예술극장. (02)6005-6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