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의 최연소 협연자로 낙점된 중(中)3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4.27 05:44 | 수정 : 2009.04.27 06:33

피아니스트 조성진, 내달 1일 서울시향과 연주

수줍게 말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중학생인데, 무대에만 올라가면 바흐부터 베토벤과 리스트까지 폭넓고 강렬한 건반으로 소년티를 벗어버린다. 지난 2005년 지휘자 정명훈서울시향 예술감독에 취임한 이후 최연소 협연자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조성진(15·예원학교 3년)군. 1960년 당시 7세의 '꼬마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하이든의 협주곡을 처음 협연했던 오케스트라가 서울시향이다. 조성진은 정명훈이 데뷔했던 그 악단을 통해 첫 협연 무대를 갖는 셈이다.

조성진은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국내 유수의 콩쿠르에 1위 입상한 뒤, 지난해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쇼팽 청소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조성진은 이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지난 1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으로부터 새싹상을 받았다. 2007년 피아니스트 김선욱, 2008년 수영 선수 박태환과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수상한 상이다. 하지만 상 자체보다도 수상 기념식장에서 지휘자 정명훈을 만난 기쁨이 더욱 컸다. 쇼팽 '스케르초 2번'을 연주하는 조성진의 모습을 본 지휘자 정명훈이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나 경험이 필요한데도, 단지 테크닉뿐 아니라 음악의 큰 그림을 볼 줄 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정명훈 예술 감독 취임 이후 서울시향의 최연소 협연자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조성진 (15)군. 지난해 쇼팽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무서운 신예’이지만, “중간고사 기간에 벼락치기를 하느라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인터뷰를 하러 왔다”는 중3 학생이기도 하다./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지나가는 덕담이 아니었다. 서울시향에서 협연 날짜를 잡자는 연락이 곧바로 왔다. 다음 달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데 이어, 29일 마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한달에 같은 지휘자, 같은 악단과 두 차례 협연하는 셈으로 조성진은 "기대도 크지만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다시 중학생의 목소리다.

조성진의 피아노 출발은 오히려 조금 늦은 편이다. 6세 때부터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피아노 교습을 받았다. 8개월 과정을 끝낼 즈음 "제대로 강습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선생님의 권유를 받았고, 지금도 피아니스트 박숙련·신수정 교수를 사사하고 있는 '순수 국내파'다.

다음 달 협연하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조성진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곡이다. 지난해 쇼팽 국제 청소년 콩쿠르 당시 결선 곡이었고, 지난 3월 일본 하마마츠에서 열린 국제 피아노 아카데미의 결선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에 입상할 때에도 같은 곡을 연주했다.

하루 3시간가량 집중해서 피아노 연습하는 걸 좋아하지만, 학교 공부나 연습을 하지 않을 때에도 음반이나 인터넷 동영상으로 음악을 듣고 보는 것이 취미다. 그래서 "존경하고 따라 하고 싶은 피아니스트도 1주일마다 바뀐다"고 했다. 꿈을 묻자 조성진은 "10대가 가기 전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협연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