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클래식-젊은 그들] 정경화와 사라 장을 넘어… '바이올린 여왕' 꿈꾼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1.08 03:41

예민해지는 것 막으려 비올라도 공부하는 이유라
독일에서 활동하며 숨겨진 명곡 도전하는 김수연
신아라·현수 자매와 장유진 등도 '준비된 차세대'

정경화를 보면서 바이올린을 턱에 괴고, 사라 장(장영주)을 들으며 활을 잡은 연주자들이 있다. 2009년을 위한 '차세대 정경화', '미래의 사라 장'은 누구일까.

◆치우침을 막으려고 두 악기를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24)는 귀기(鬼氣) 어린 카리스마를 무대에서 폭발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진 연주자다. 11세에 세계적 매니지먼트 회사 IMG와 계약을 맺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너무 일찍 재능을 선보여 손해를 본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지난 2005년 미국 뉴잉글랜드 컨서바토리에서 미리엄 프리드를 사사해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치고, 올 시즌부터 3년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명문 상주 실내악 단체인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양수겸장(兩手兼將)으로 소화한다. 그는 "바이올린에만 치우치면 예민하기 쉽고, 비올라만 하다 보면 둔해질 수도 있다. 두 악기로 치우침을 막는다"고 말했다. 바이올린뿐 아니라 러시아 명피아니스트 스비야토슬라브 리히테르의 바흐나 슈베르트 음반을 매일 들으며 사숙한다고 한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내면적으로 깊이 있는 연주를 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걸 배운다"고 했다.
‘미래의 정경화’‘차세대 사라 장’을 꿈 꾸는 국내 바이올리니스트들. ①이유라 ②최예은 ③김수연 ④신아라(왼쪽)·신 현수 자매 ⑤장유진

◆숨겨진 명곡을 찾아낸다는 것

독일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2)은 2003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와 2006년 하노버 콩쿠르에서 연거푸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전형적인 신동 출신이지만, 데뷔 음반에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독일 나치 치하 당시 침묵으로 저항했던 작곡가 하르트만(Hartmann)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모음곡을 택할 정도로 속이 깊다. 올해 브람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명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하임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낙소스(Naxos)에서 음반을 발표하며 4월에는 모차르트의 소나타 등을 녹음할 예정이다. 뮌헨 국립 음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는 김수연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곡을 찾아내고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젊은 연주자의 즐거움이자 특권"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준비된 차세대다

신아라(25)·신현수(21)는 같은 악기(바이올린), 같은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스승(김남윤)으로 유명한 '자매 바이올리니스트'다. 해외 유학 경험 없는 순수 국내파로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고 있다. 2005년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는 동생 신현수가 3위, 2006년 스위스 티보 바가 콩쿠르에서는 언니 신아라가 1위 없는 2위, 다시 지난해 롱티보 콩쿠르에서 동생이 1위 입상했다.

역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18)양은 2004년 영국 메뉴인 국제 콩쿠르 주니어부 3위에 입상한 차세대 연주자다. 학교 동료들과 실내악단을 꾸려 오는 3월 영국 런던 콩쿠르에 제1바이올린 주자로 참여할 정도로 실내악에도 애착을 보인다. 오는 16일 호암아트홀에서는 일본 키오이 신포니에타와 비발디의 〈사계〉를 협연한다.

1988년생 동갑내기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와 최예은(20)은 지난 2006년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최예은은 지난해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켄트 나가노) 내한 당시 협연자로 선정됐으며, 명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조진주는 오는 7월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