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이 만나니 책향기가 그윽…

  • 김수혜 기자

입력 : 2008.03.24 22:51

'문인과 화가의 만남'전

소설가 염상섭이 1924년에 펴낸 단편집 '견우화' 표지엔 소담한 나팔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비운의 여류화가 나혜석이 그린 것이다. 1953년에 나온 노천명의 시집 '별을 쳐다보며' 표지에 정수리가 붉은 학을 그려 넣은 사람은 서양화가 김환기, 1958년에 나온 마해송의 동화 '모래알 고금' 표지에 궁둥이가 동그란 아이들을 잔뜩 그려넣은 사람은 서양화가 이중섭이다.

25일 서울 청계천문화관에서 개막하는 '문인과 화가의 만남―책과 그림'전에서 개화기부터 1960년대까지 나온 근대 문학 출판물 210점을 볼 수 있다. 표지가 노랗게 바랜 책도 있고 가장자리가 나들나들하게 닳은 책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존 상태가 대단히 양호하다. 이번에 전시된 책은 모두 고서(古書) 애호가들의 모임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회원들의 소장품이다.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은 이 단체에는 고서 애호가 85명이 가입되어 있다. 이 모임 회장 김영준(58)씨는 "이번에 전시되는 책은 한국 문학사에서 기념비적 의미를 가진 책들인 동시에, 오늘날 남아 있는 수량이 얼마 안돼서 이름만 들었을 뿐 실물을 보기는 매우 어려운 희귀본들"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좋은 전시다. 이름난 문인과 화가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소박한 옛날 책을 들여다보며, 우리 문인과 화가들이 맺은 교분의 깊이를 가늠해볼 만하다. 전시는 5월 25일까지. (02)2286-3410
서양화가 김환기씨가 그린 노천명 시집‘별을 쳐다보며’의 표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