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선 하늘도 작품이다

입력 : 2013.05.16 23:52

[안도 다다오·터렐 협업. 원주 한솔뮤지엄 개관]
그림보다 자연 돋보이게 설계…
빛따라 변하는 하늘 감상하는 '스카이 스페이스' 작품 설치

16일 강원도 원주의 해는 오전 4시 30분쯤 기지개를 켰다. 높이 8m의 스테인리스 스틸 돔 꼭대기의 천창(天窓)이 열리자 긴 지름 5m, 짧은 지름 4m짜리 타원에 박명(薄明)의 하늘이 담겼다. 하늘빛은 돔이 뿜어내는 LED 조명 색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졌다. 주황 조명에서 암청(暗靑)이다가 노란 조명에서 담청(淡靑), 연보라 불빛에선 옥색으로 변했다. 일조량, 인공조명, 사람의 눈이 협업한 빛의 제전은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한 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미국 설치미술 작가 제임스 터렐(Turrel·70)의 '스카이 스페이스(skyspace)'다.

16일 일출 무렵 한솔뮤지엄 제임스 터렐관의‘스카이 스페이스’에서 사람들이 하늘빛을 감상하고 있다. /원주=곽아람 기자
16일 일출 무렵 한솔뮤지엄 제임스 터렐관의‘스카이 스페이스’에서 사람들이 하늘빛을 감상하고 있다. /원주=곽아람 기자

'빛과, 물과, 나무의 미술관'. 지난 11일 원주 오크밸리에 문을 연 한솔뮤지엄(관장 오광수)은 나오시마(直島)의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처럼 '자연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2)와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의 협업 작품이다. 해발 275m에 있는 이 미술관은 그림보다 자연이 돋보이게 설계됐다. 패랭이꽃 80만송이와 자작나무 380그루를 심은 '플라워 가든'과 잔잔한 수면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워터가든'을 지나면 비로소 본관 건물이 나온다. 파주석을 쌓아올려 외벽을 만든 본관은 단정하면서 소박하다. 얇은 종잇장처럼 가볍게 얹힌 지붕이 제지 회사 한솔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미술관을 나오면 다시 정원이다. 신라 고분(古墳)을 닮은 돌무더기 사이사이 헨리 무어의 '누워있는 인체', 베르나르 브네, 토니 스미스 등의 조각 작품이 무심하게 놓여 있다. 그 길 끝에 제임스 터렐관이 자리했다. 조종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천체(天體)의 운행에 관심이 많았던 터렐은 이 건물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빛을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 스페이스', 정면으로 난 정사각형 창에 하늘이 담긴 '호라이즌(horizon)' 등 작품 4점을 설치했다.

2006년 설계에 착수해 7년 만에 완공된 이 미술관은 40여년간 미술품을 수집한 이인희(85) 한솔그룹 고문의 회심작이다. 총예산 약 600억원.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이쾌대, 백남준, 김창열, 존 배 등 한국 근·현대 작가 작품 100여점이 나온 개관기념전 '진실의 순간'이 4개 전시장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종이를 주제로 한 페이퍼 갤러리에선 11세기에 만들어진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卷) 36(국보 277호)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관람료 성인 1만2000원, 제임스 터렐관 관람료 2만5000원(미술관 관람료 포함). 터렐관 일출·일몰 프로그램은 당분간 토·일요일 일몰 때만 사전 예약제(최대 인원 35명)로 운영한다. www.hansolmuseum.org (033)730-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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