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장 딱지 떼는 데 10년, 이제 화가로 인정하시렵니까"

  • 이태훈 기자

입력 : 2013.06.17 23:33

미대 입시 학원 운영했던 화가 이인섭, 17번째 개인전

"전시를 열면 '이인섭 개인전'이 아니라 '학원장 개인전'이라고들 했어요. 열정이 아니라 이력만 쳐다보는 세태가 야속했었지요."

19일부터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17번째 개인전을 여는 이인섭(60) 작가는 10년 전까지 잘나가는 미술학원장이었다. 홍익대 미대 회화과 71학번인 그는 미대생일 때부터 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미대 석사를 마친 뒤 '학원은 경영만 챙기고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1984년 '예뜨락 입시 미술학원'을 세웠다. '학원장' 경력이 평생 쫓아다닐 줄 그때는 몰랐다. "옛날 선생님들은 '화가는 가난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그림 재료도 좋은 거 쓰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80~90년대 미대 입시 명문 학원을 운영했던‘화가’이인섭.
80~90년대 미대 입시 명문 학원을 운영했던‘화가’이인섭(60)은“작품 활동을 안 한 것도 아닌데‘학원장’꼬리표 떼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허영한 기자
그의 학원은 한때 서너 곳에 분원을 두고 500~600명의 학원생이 다니는 '미대 입시 명문'이 됐다. 꾸준히 그림을 그렸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그림은 뭐하러 그리느냐"고 했다. "교수나 유학파를 높여 보는 반대편에 '입시 학원'을 낮춰보는 '스펙 중시 사회'의 모순이 있다"는 게 그의 항변. 일반적 입시 학원이 창의성 대신 '베끼는 전략'만 가르치는 것도 그에 대한 편견을 더했을 것이다.

학원을 접고 강원도 양양 오대산 자락의 작업실에서 작업한 지 10년. 이번 전시에는 올겨울부터 작업실에 칩거하며 완성한 100~120호 크기의 대작 40여점을 내걸었다. 단색 톤의 캔버스에 외따로 떨어진 몇 그루의 풀이나 나무, 날아가거나 물 위로 미끄러지는 작은 새를 그린 독특한 화풍. 아크릴 물감에 대리석 가루를 섞어 조명을 받으면 미묘한 빛이 난다. "한국 특유의 전통 기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현대화해 침잠한 마음속 풍경을 감성적으로 표현했다"(화가 유인수 상명대 명예교수)는 평이다. 그는 "이제야 '학원장' 딱지가 좀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했지만 아직도 평론가들의 시선은 냉랭한 편. 관객들의 평가가 유난히 궁금해지는 전시다. 24일까지. (02)724-6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