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사진일까 그림일까

  • 이태훈 기자

입력 : 2013.05.20 23:48

-유현미 개인展 '코스모스'
깨어진 거울·구겨진 종이 등 실제 사물을 배치하고 채색, 그리고 사진 수백번 찍어 완성

분명히 사진전(展)이라 했는데 유현미(48) 개인전 '코스모스(Cosmos)'에 걸린 작품 20여점은 한참을 들여다봐도 아리송하다. "거울이나 공 같은 오브제(대상 물체)에 제가 직접 페인팅을 하고 촬영해 프린트한 사진입니다. 모두 실재하는 사물이지만 동시에 빛, 색상, 그림자까지 제가 덧칠해 넣은 그림을 찍은 것이기도 하죠. 그러니 조각이자 설치이고, 회화이면서 사진이죠." 작가는 "난 뭐든 금세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 성격"이라며 "조각, 설치, 영상, 회화, 사진 전부 다 좋아하고 그 전부를 다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유현미 작가의‘Canvas No.1’(2012).
유현미 작가의‘Canvas No.1’(2012). 작가는 실재하는 사물에 덧칠을 한 뒤 사진으로 찍어 고요한‘소(小)우주’를 만들어냈다. /일우스페이스 제공
2011년 일우사진상 수상자인 유현미는 한 장을 완성하기 위해 오브제의 위치, 직접 그려넣는 그림자와 빛의 색상 등을 반복해서 수정하며 수백장의 사진을 찍는다. 완벽한 통제에 대한 강박은 캔버스 속 시각적 '잡음'까지 모두 제거했다. 사진 각각이 한없이 고요한 소우주(cosmos) 같다.

"과학이 발달하고 인식 가능한 세계가 넓어질수록 사람의 존재는 계속 작아지죠. 하지만 눈을 감으면 내 안에도 우주가 있어요. 그 정지된 우주를 붙잡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녀의 사진에서는 마그리트, 베르메르, 에드워드 호퍼 같은 회화 작가의 강점과 특성이 얼핏얼핏 보인다.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연세대 교수는 "작가의 통제와 주관적 해석 과정이 중요해지는 현대 사진의 경향을 대표하는 작가"라며 "서양 전통과 기술을 동양적 방식으로 표현해 해외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7월 3일까지 서울 일우스페이스. (02)753-6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