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이의경은 강진에서 태어나 윤동수 문하에서 수학하여 뛰어난 제자가 되었다. 1748년에는 사도세자의 사부가 되어 흠모하는 스승이 되었으나 1762년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한 후 벼슬에서 물러난 후 강진으로 돌아와 학문에 전념하였다. 그는 고향 근처에 있는 사찰의 승려들과 활발히 교유했으며 그 결과 초상도 화승의 손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다소 짙은 홍색의 얼굴과 손은 가는 윤곽선을 사용하여 섬세하게 그렸고, 옷주름선은 채색 아래에 묻혀 옅게 나타난다. 반면 앉아있는 바위는 흑백대조가 강하고 날카로운 형태를 거칠게 그렸다. 무엇보다도 바위에 앉아서 지팡이를 들고 있는 이러한 도상은 전통적인 나한상이나 조사상의 형식을 따른 것이다. 이렇게 유가의 선비로서 불가의 승려와 깊이 사귀고 조사상을 닮은 초상을 남겨놓은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지만, 오히려 당시 유불간의 친밀한 교류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유가에서 추구하는 도와 불가에서 희구하는 깨달음이 이의경 자신에게서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며, 이러한 내용을 이초상에 대한 자찬으로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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